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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형 아파트’ 분석 외국인에 맡긴채…

등록 2007-02-01 15:44수정 2007-02-01 20:12

18.0˚가 독자에게 /

한때 한국 IT(정보기술)산업이 기세를 올릴 때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든가, 한국형 아파트문화가 그 ‘기적’의 배경에 있다고 보도한 서양 유력신문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비슷한 내용의 서울 특파원발 현장취재 기획물을 자사 온라인 뉴스에 여러차례 올린 걸 읽었다. ‘팩트’보다는 그걸 경이롭게 바라보는 그들의 태도가 더 재미났다.

이런 식이었다. 놀랍게도 PC방이 전국적으로 좍 깔렸다. 그것도 광대역망으로! 세계 첨단이라는 이런 한국 인터넷산업 발달의 비밀은, 예컨대 광통신망을 깔았을 때의 비용 대비 효율성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백명, 많게는 무려 수십만명(‘신도시’들을 보라)이 비슷한 패턴속에 거주하는(따라서 라이프 스타일, 소비양태를 포함한 문화와 의식마저 닮아가는) 고도의 동질성이 확보되는 아파트단지 입구까지 한 줄기 기간선만 깔아놓으면 균질의 수백 수천 수만 가구를 싼 단가로 거미줄처럼 잇기란 식은 죽먹기다. 그런 아파트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한국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나라가 인터넷 천국이 되겠는가!

<아파트 공화국>을 쓴 프랑스의 젊은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식 아파트문화가 탐탁치 않은 모양이다. 하기사 외국인이라면 경탄과 더불어 기괴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 무한증식 뒤에 한탕을 기대하는 한국형 자본주의 경제주체들의 돈에 대한 갈망, 상승욕구가 도사리고 있다는 줄레조의 지적은 옳다. 우리사회를 바꿔놓은 그런 엄청난 이변에 대한 조사분석조차 외국인에게 맡겨 놓고 우리 학자들은 다 어딜 갔는지. 다만, 한국인 대다수의 주거문화를 단기간에 농경시대에서 후기산업사회 차원으로 일변시키고 나라 바깥으로 수출까지 하는 한국형 아파트문화가 온통 문제투성이이기만 한지, 톺아볼만한 문명사적 의미는 없을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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