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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수능 본 박재동 화백 따님 얘기 한번 들어보세요

등록 2006-11-23 18:44

18.0˚가 독자에게

박재동 화백과 따님의 다음과 같은 수작(?)에, “어쩜…”하고 혀를 차다가 몹시 안심(!)되는 구석이 있었다. 위로받았다고 해야 옳겠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딸이로고.

이번 호 ‘박재동의 스케치’ 한 단락.

암튼 그 솔나리가 어느덧 수능을 쳤다. 재수 하느라 두번 째. 시험 마치고 내가 전화를 했다.

“솔나라, 수고 했지?”

“수고 안했어.”


“?”

“대충 찍었어.”

“(허걱!)…그, 그래 잘 했어.”

순간 많은 생각들. 옛날의 내 모습도 생각나고… 걱정, 포기, 초탈… 시원….

우리집 딸은 솔나리보다 한 살 아래다. 솔나리 그토록 잘 놀던 시절에 김포 고촌의, 지금은 미국간 김미경-마종일 전 한겨레 식구 집 등등에서 함께 놀기도 했다. 그땐 한겨레 미술반이라는 게 있었는데, 박재동 박시백 화백, 이재민 공주 정도 빼고 나면 왕초보들이었지만 그래도 가끔 따라서 폼을 잡던 시절이어서 그림 핑계로 곧잘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 함께 놀기도 했다. 그 시절이 짱짱했다.

어쨌거나 우리집 딸도 올해 수능을 쳤고, 나 역시 허걱! 할까봐 대놓고 조근조근 물어보진 못했지만, 수능 끝나고 입이 쓰다. 안쓰럽다고 해야 할지. 지금 아이들은 예전과는 아주 다르다곤 하지만, 그 놈의 점수에 전혀 초탈할 아이와 그 부모들이 있겠는가. 기뻐 날 뛸 극소수에게 축하를 보낸다. 하지만 그들을 빼고 나면 세상은 온통 비참하다. 무슨 놈의 학교교육이 이 모양이고 나라가 이 모양인가! 성적순으로 점지받던 식민지시절도 아니고 로봇 감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20세기는 이미 저물지 않았나. 도대체 이런 세상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수고 안했어”라고 싹뚝 자를 줄 아는 솔나리가 기특해뵌다. 그래, 성적에 찌들 것 없다. 내일을 그 누가 알리. 아이들아, 굳세어라 금순아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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