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진보의 함정>(로널드 라이트)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노역자에 관한 자신의 시에서 건조하게 성찰하였듯이 책들은
왕들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
왕들이 울퉁불퉁한 돌덩이들을 날랐는가? (…)
젊은 알렉산드로스가 인도를 정복했다.
그 혼자?… 들판은 이제 군주와 문벌에게 속하게 되었다. 수메르의 민중은 농노와 물납 소작인이 되었고 그들 밑에는 영원한 최하층인 노예들이 있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 이후 19세기까지 지속된 서구 문명의 한 특징이다.” 역사책에는 다 읽어내기도 힘들 만큼 왕후장상의 이름이 즐비하지만, 브레히트 말처럼 역사를 그들이 만들었던가? 그들이 성곽과 다리의 벽돌 한 장 날랐던가? 역사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동방을 정복했다고 기록했지만 수레를 끌고 싸우고 전장에서 죽은 사람들은 누구였던가?
‘민주화 세력’이니 ‘산업화 세력’이니로 나누는 우리사회의 이상야릇한 분류법이 같은 이치에 닿아 있지 않은가. 산업화를 박정희 혼자했던가? 아니면 군부세력이 했나? 그것도 아니면 그들과 한몸이었던 특정 정파세력이 저 혼자 했던가? 물론 아니다. 울퉁불퉁한 돌덩이를 나르고, 기계를 돌리고 논밭을 갈고 총칼을 들고 나라를 지켰던 사람들은 이름없는 노동자와 농부, 서민들이 아닌가? 산업화를 이룬 주역이 그들 아닌가? 그리고 그들이 바로 민주화의 주역들 아니었나? 그들이야 말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며 나라를 일구고 지킨 주인들이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분리해 도식화하고 산업화의 공을 독점하려는 자들의 계산에 놀아나는 건 어리석다. 땅을 갈고 직물을 짜고 신발을 만들고 텔레비전을 조립한 게 누군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왕들이 울퉁불퉁한 돌덩이들을 날랐는가? (…)
젊은 알렉산드로스가 인도를 정복했다.
그 혼자?… 들판은 이제 군주와 문벌에게 속하게 되었다. 수메르의 민중은 농노와 물납 소작인이 되었고 그들 밑에는 영원한 최하층인 노예들이 있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 이후 19세기까지 지속된 서구 문명의 한 특징이다.” 역사책에는 다 읽어내기도 힘들 만큼 왕후장상의 이름이 즐비하지만, 브레히트 말처럼 역사를 그들이 만들었던가? 그들이 성곽과 다리의 벽돌 한 장 날랐던가? 역사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동방을 정복했다고 기록했지만 수레를 끌고 싸우고 전장에서 죽은 사람들은 누구였던가?
‘민주화 세력’이니 ‘산업화 세력’이니로 나누는 우리사회의 이상야릇한 분류법이 같은 이치에 닿아 있지 않은가. 산업화를 박정희 혼자했던가? 아니면 군부세력이 했나? 그것도 아니면 그들과 한몸이었던 특정 정파세력이 저 혼자 했던가? 물론 아니다. 울퉁불퉁한 돌덩이를 나르고, 기계를 돌리고 논밭을 갈고 총칼을 들고 나라를 지켰던 사람들은 이름없는 노동자와 농부, 서민들이 아닌가? 산업화를 이룬 주역이 그들 아닌가? 그리고 그들이 바로 민주화의 주역들 아니었나? 그들이야 말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며 나라를 일구고 지킨 주인들이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분리해 도식화하고 산업화의 공을 독점하려는 자들의 계산에 놀아나는 건 어리석다. 땅을 갈고 직물을 짜고 신발을 만들고 텔레비전을 조립한 게 누군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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