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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독일은 민족영웅도 드러내지 않는다는데…

등록 2007-02-08 15:47

18.0˚가 독자에게 /

“로마제국과 당신들의 조상인 게르만족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게르만족은 침입을 막아냈고, 결국 라인강 동쪽은 로마의 지배를 받지 않았잖아요.” “로마는 우리한테 ‘문화’일 뿐입니다.” “물론 현재는 그렇지요. 하지만 게르만족은 고대사회에서는 드물게 로마에 지지 않은 민족인데, 그에 대해 민족적 자부심 같은 게 없단 말씀인가요?” “저는 로마를 전쟁 상대로 파악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바루스 전투는 어떻게 보세요? 대단한 승리였잖아요?” “물론 그렇죠. 사흘에 걸쳐 로마 3개 군단을 전멸시킨 전투였지요. 하지만 그것도 이제 역사일 뿐입니다. …전 쾰른에서 태어났어요. 원래 로마의 식민도시였죠. 최근까지도 많은 유물이 발견되고 있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로마와 게르만은 전쟁만 한 것이 아니예요. 서로 통상하고 교류했습니다.”

<최정동 로마제국을 가다>의 일절이다. 저자가 백년 전 독일황제 빌헬름 2세 때 복원된 잘부르크의 로마군 기지를 2005년에 찾았을 때 가족과 함께 그곳에 여행온 30대 중반 독일인 남성과 나눈 대화다. 이런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다. 바루스 전투 현장에 세워진 박물관의 50대 초반 여성직원은 저자의 비슷한 질문에 “아주 민감한 문제가 있죠.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책임이 있잖아요.”라며 드러나진 않지만 바루스 전투의 게르만 영웅 아르미니우스를 기리는 동상이나 시설이 독일 각지에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일본은 과연 우리한테 문화일 뿐일까. 우리도 ‘중국’, 하나의 세계체제 또는 국제로서의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지금의 중국 영토내에 사는 사람만이 ‘중국’이라는 근대용어로 지칭된 동아시아 제국을 대표할까? 하지만, 민족영웅을 드러내놓고 찬양할 수 없을 만큼만이라도 전쟁책임을 인정하는 독일이 있는 유럽과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버젓이 참배하는 일본이 있는 동아시아가 같을 수 있나.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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