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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캄브리아기 폭발’의 비밀은 ‘눈’

등록 2007-05-03 17:38

<눈의 탄생> 앤드루 파커 지음 오숙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22000원
<눈의 탄생> 앤드루 파커 지음 오숙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22000원
잠깐독서 /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바닷가를 거닌다. 갑오징어들이 둥글게 그를 둘러싸고 큰눈을 보이며 화려한 빛들을 반짝인다. ‘아, 저것이 빛이구나’ 그는 생각한다. 발밑을 보니 꼬마게 한마리가 오물거리고 있다. ‘요놈에게도 눈이 있군.’ 그런데, 갑오징어와 게, 이들은 어떻게 눈을 가졌고, 왜 눈이 필요했을까.

<눈의 탄생>의 지은이 앤드루 파커가 생물의 다양성과 ‘눈’의 중요성에 눈을 뜬 계기로 드는 일화다. 지은이는 지금부터 절대연도로 5억여 년 전을 만지작거린다. 도구는 발견된 화석과 지질학. 이 기간 동물문의 수가 3개에서 38개로 늘고 갑자기 딱딱한 외피를 갖게 된 사실의 미스터리를 추적하기 위해서다. 흔히 ‘캄프리아기 폭발’로 불리는 500만년이 문제의 ‘순간’이다. 물론 이전 과학자들의 추론과 설명은 충분한 답이 되지 못했다. 이 시기 벌어진 ‘방산(放散·생명체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은이의 논리는 이렇다. 어두운 동굴과 심해를 벗어나 풍부한 빛에 재빨리 적응한 포식자들이 눈을 갖게 된다; 이들로 인해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동물들이 딱딱한 ‘갑옷’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선택압력’ 탓이다. 고생대의 대표생물 삼엽충이 적절한 예가 된다. 대중을 위한 글쓰기 교육까지 받으며 이 책을 준비했다는 그는 불혹의 ‘청년’답게 설명이 힘차고 간결하다.

“대부분의 환경에는 햇빛이 존재한다. 그 환경 속에서는 어떤 동물이든 자신의 광학적 기호인 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이 상은 언제고 감지된다. 따라서 동물은 시각에 적응하기 위해 경고성 형태나 색을 띠든 위장하든 물리적 장벽 뒤로 숨든, 자신의 외형을 적응시키는 것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진화시켜야만 한다.”(378쪽) 이른바 ‘빛 스위치’ 이론이다.

물론 지은이의 결론 역시 ‘잠정적’이다. 무서운 시간의 판관 앞에서 검증의 잣대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다른 일화 하나. 지은이의 이론을 처음 다룬 오스트레일리아 한 신문 편집국장의 말. “정말로 지금까지 발표된 적이 없는 새로운 설이 확실한가?” 이 말을 듣고 그는 자신이 옳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독자들의 답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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