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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몸 망치는 침입자를 막아라

등록 2007-05-10 17:30

 <환경호르몬의 반격> D.린드세이 벅슨 지음. 김소정 옮김. 아롬미디어 펴냄. 1만원
<환경호르몬의 반격> D.린드세이 벅슨 지음. 김소정 옮김. 아롬미디어 펴냄. 1만원

잠깐독서 /

아홉살 초경 뒤로 늘 다량의 출혈과 생리통에 시달렸다. 결국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고 한쪽 난소를 제거했다. 자궁도 잘라내야 했다. 이걸로 위험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유방에서 덩어리가 만져졌다. 암이라고 했다. 여성질환으로 받은 수술만 8번. 사비어대학 환경생물학 연구센터 자문위원 린드세이 벅슨의 이야기다. 그는 절망 끝에 물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걸까?

그가 ‘DES 딸’이었기 때문이다. DES(디에티스틸베스트롤)는 1938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에서 유산방지약으로 사용된 합성호르몬 약품이다. 그의 어머니는 임신 중 DES 주사를 맞았다. 임신기간 DES를 복용한 수백만 여성들의 자녀가 자궁내막증, 유방암, 불임 등의 질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벅슨은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 환경호르몬의 정체를 밝히고 여성들에게 안전하게 생활하는 방법을 일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환경호르몬의 반격>(아롬미디어)은 그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내놓은 연구결과물이다.

환경호르몬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일상용품 곳곳에 숨어 있다가 몸속으로 침입한다. 이 침입자는 천연호르몬을 흉내내 거짓신호를 보내고 신체를 교란시킨다. 이들의 공격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정자 수가 줄어들고 생식기관의 암 발생빈도를 높인다. 특히 자궁 속 태아와 어린이들이 환경호르몬에 취약하다.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어린이의 경우 학습 및 행동장애를 나타내거나 지능지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막연한’ 공포에 마냥 떨고만 있어야 할까? 그럴 필요없다. 일단 환경호르몬 노출 빈도를 줄이면 된다. 지방함량이 높은 치즈나 버터, 통조림 음식을 되도록 먹지 않고 신선한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 환경호르몬 배출을 늘리는 것이 좋다. 가게에서 사온 식품은 즉시 비닐포장지에서 꺼내두고, 드라이클리닝한 옷은 비닐을 벗겨 1주일 정도 집밖에 널어둬야 한다. 수돗물 속 오염물질이 피부를 통해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너무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도 좋지않다.

이 책에서 주목할 대목 하나 더. 지은이를 고통 속에 몰아넣은 DES가 미국에서 지금도 가축사료에 섞여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미 FTA의 쟁점이 됐던 미국산 소는 성장 촉진을 위해 정기적으로 DES를 먹고 있으며, 미국 농무부는 육류의 DES 검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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