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 ①여행·관광업계 “보험료라도 줄이려” 쉬는 전세버스들 주차장마다 가득
23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3호 소공원 옆 길가에 번호판을 뗀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윤주 기자
코로나 절벽에 선 사람들
지난 23일 찾은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3호 소공원. 길가에는 관광버스 20여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절반 이상 차량에는 번호판이 없었다. 무슨 일일까.
경기도 여주의 전세버스 회사 신정레져투어를 운영하는 유현익(58) 대표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2월 중순부터 일이 하나도 없어 보험금 부담이라도 줄이려고 휴지 신청을 했어요.” 이 회사는 운영 버스 13대 중 11개의 번호판을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했다. 번호판을 떼고 휴지 신청을 하면 휴지 기간만큼 보험료가 환급되고 환경개선부담금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정기검사 시기가 휴지 기간과 겹치면 검사 유예라는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작은 금액이나마 아끼려고 휴지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휴지에 들어간 버스 한 대당 모두 10만원가량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
업력 19년의 외국인 관광객 대상 버스회사인 ㄷ사도 지난달 회사 버스 38대 모두 번호판을 뗐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이 회사 대표는 <한겨레>에 “평소 9500만원에 팔리는 5년 된 중고 버스가 지금은 7000만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버스라도 팔아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해엔 월평균 단체관광 계약이 180건 정도 됐다. 2억원 남짓 월 매출을 올렸다”며 “하지만 2월엔 (월 매출이) 7400만원으로 줄더니 3~4월 두달 동안 단 한건도 예약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버스 기사 38명 중 30명은 2월 중순께 내보냈고, 65살이 넘어 실업급여를 못 받는 8명은 유급 휴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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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관광지 제주도에도 전세버스 절반 이상이 주차장에 서 있다. 24일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전세버스 총 1852대 중 1010대(54.5%)가 휴지 상태다. 서울시도 휴지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전세버스 2055대 중 328대가 휴지 신청을 냈다. 부산시도 이날 기준 전체 1775대 가운데 548대가 휴지 신청 상태다. 10대 중 3대 꼴로 쉬고 있는 셈이다.
쉬는 버스는 주차비가 싼 공영주차장이나 기존에 거래하던 인삼·기념품 쇼핑센터 주차장 등에 ‘그냥’ 세워져 있다. 한강 탄천 공영주차장 관리인은 “3월 초부터 두달 가까이 번호판이 없는 관광버스가 70~100대가량 계속 서 있었다”며 “번호판 없는 차량이 이렇게 많이 장기간 세워져 있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인천/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