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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생산자 세금 깎아주는 윤석열표 물가 대책…밥상까지 닿을까

등록 2022-05-31 05:00수정 2022-05-31 11:21

윤석열 정부 첫 ‘물가대응’ 민생대책
생산자 세금 깎아줘 ‘가격 인하’ 유도
전문가들 “정책 목표 불명확” 비판
“몇 가지 품목 감세로 물가 못 잡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 첫 민생대책의 대원칙은 ‘시장 친화적 물가관리’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의 물가관리에서 벗어나 생산자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세금을 깎아주고 시장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담 인하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이 된다하더라도 물가 안정에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시장 친화’를 강조하느라 정작 고물가 시대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책이 거의 담기지 않은 점도 문제다.

시장 친화적 물가관리 “원가 절감에 초점”

30일 정부는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먹거리와 산업원자재 중심으로 14대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관세가 최대 25%까지 붙던 돼지고기는 수입물량 5만톤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적용한다. 대두유·해바라기씨유·밀·밀가루 등도 관세율을 0%로 인하하고, 사료용 뿌리채소류는 할당물량을 30만톤 추가하고 계란 가공품은 할당관세 적용 기한을 연말까지로 늘린다. 나프타 등 산업 파급효과가 크거나 가격 상승이 진행 중인 7개 산업원자재도 할당·조정관세를 연말까지 적용한다.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류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단순가공식료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10%)를 내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김치 가격이 전년 대비 10.6% 오르고, 된장은 16.3% 오르는 등 발효식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가격 오름세가 이어져 왔던 기호식품인 커피와 코코아 원두에 대해서도 수입단계에 부과하는 부가세를 내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의 대부분은 할당관세를 적용하거나 부가가치세는 면제해 시장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난 27일 사전 브리핑에서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물가 상승이 해외발로 이뤄지고 있고 해외에서 물건이 들어오면서 생산·소비 단계별로 물가 상승 압력이 전달되고 있다”며 “일차적으로 생산자 단계에서 원가 부담 절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원가를 낮추는 데 포커싱(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가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이 물가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세부담 완화 혜택을 본 개별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하할지는 정책이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정책 대상 품목들이 물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윤 국장은 관련 질문에 “전달경로가 긴 품목에서는 (효과가) 중간에 희석될 수 있지만, 주무부처 중심으로 세금 인하에 따른 효과가 적절히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의 여러 음식점에 붙은 인상된 음식 가격표.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의 여러 음식점에 붙은 인상된 음식 가격표. 연합뉴스

자취 감춘 ‘취약계층’ 물가부담 직접 지원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지만 정작 고물가에 시달릴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적은 것도 이번 물가 대책의 특징이다. 직접적으로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줄 새로운 대책은 이번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를 1학기 수준(1.7%)으로 동결하는 게 전부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의결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저소득층 긴급생활안정지원금, 긴급복지 생계지원금 확대, 저소득가구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이 담기기는 했지만, 관련 예산 규모가 1조7천억원으로 소박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물가안정’과 ‘저소득층 지원’ 등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인 물가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라면 몇 가지 품목에 대해 감세하는 수준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목적이었다면 직접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번 물가 대책은 정책 목표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매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각종 할당관세 적용이나 면세 등을 통한 세수감소분은 6천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부는 6월 중 시행을 목표로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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