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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라틴 아메리카] 콜롬비아 친미정부의 명암

등록 2006-10-15 19:31수정 2006-10-24 10:33

마약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텃밭으로 불렸던 커뮤나스 산토도밍고 지역의 달라진 모습. 노점상과 아이들, 주민들은 이제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마약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텃밭으로 불렸던 커뮤나스 산토도밍고 지역의 달라진 모습. 노점상과 아이들, 주민들은 이제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우파 우리베 정부 뚜렷한 치안개선
외국인투자 브라질 이어 남미 두번째
농민·빈민층은 소외…마약 경작 여전
미국의 뒷마당이던 중남미 정치·경제 지형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부를 필두로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정부 등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반미 민족주의 정권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 정부, 칠레의 미첼 바첼렛 정부 등 온건사회주의 성향 정부도 힘을 키우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으로 일원화됐던 원자재 수출이 중국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미주기구(OAS) 소속 국가와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에 나서고 있다. 콜롬비아, 브라질, 칠레 등의 현지 르포를 통해 중남미 격변의 현장을 전한다. 편집자

“마약 갱단과의 총격전은 사라졌다”


콜롬비아 북부 도시 메데인, 무허가 벽돌집들이 북쪽 산자락을 가득 메우고 들어 앉았다. 90년대까지 악명 놓은 마약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텃밭이었던 ‘코뮤나스’ 지역이다. 마약지대의 유혈사태를 피해 도시로 올라온 피난민들이 쓰레기 더미 위에 지은 이 곳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갱단끼리의 전면전과 살인청부로 외부인들은 감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14일 찾아간 코뮤나스의 산토도밍고 지역은 새로 정비된 도로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과일을 파는 노점상, 휴일을 보내는 주민들로 평화로웠다.메데인 시당국은 철저하게 버려진 무법천지였던 이 지역을 도시의 다른 지역으로 통합시키기 위해 2년 전 산 아래와 산동네를 잇는 ‘메트로 케이블’을 건설해 1100페소(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산 정상까지 5㎞ 구간을 잇는 이 지역교통 케이블카는 산동네 주민 15만명의 삶에 혁명을 가져왔다. 시 정부는 이와 함께 2330억페소(약 1100억원)을 들여 도로 재정비와 직업교육, 일자리 알선, 주거환경 개선 등에 투자했다.

산토도밍고 주민 루벤 다리오 마르티네스(26)는 “최근 상황이 매우 좋아졌다. 이전에는 총싸움과 폭력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범죄도 사라졌다. 시내까지 출퇴근하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고 이 지역 안에서도 건설공사나 청소 등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몇번씩 버스를 걸어타야 시내의 철공소에 출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메트로 케이블을 타고 20분 만에 출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약과 반군, 폭력에 찌든 이미지로만 알려진 남미의 콜롬비아가 깨어나고 있다.

수도 보고타의 중심지에는 새 건물 공사들이 한창이고, ‘현대’ ‘대우’ 상표를 단 새 차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남아메리카 최대의 쇼핑몰도 11월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2002년 마약조직, 반군과의 강력한 전쟁을 선포하며 집권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주요 도시의 치안을 뚜렷하게 개선시켰다. 남미에서 가장 뚜렷한 친미 정책을 펴고 있는 우리베 정권은 미국의 군사원조를 받아 마약과 반군에 대한 강력한 전쟁을 벌여왔다. 정부 통계로 지난 4년 동안 살인사건은 50%, 납치는 90%가 줄었다.

떠나갔던 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콜롬비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00억달러로 브라질에 이어 남미에서 두번째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투자가 늘면서 80년대에 콜롬비아의 혼란을 피해 떠났던 미국의 엑손모빌이 2003년 다시 유전개발을 재개했고,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인도의 릴라이언스 그룹이 2006년 유전 개발권을 사들여 진출했다. 콜롬비아는 남미 4대 산유국이지만, 그동안의 혼란으로 대부분의 지역에 대한 탐사가 재대로 되지 않은 상태여서 새로운 에너지 개발 잠재력이 크다고 콜롬비아 정부는 강조한다.

송기도 콜롬비아 주재 한국 대사는 “현재 치안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남미국가중 유일하게 유엔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콜롬비아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매우 좋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 콜롬비아는 우리가 좀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장이나 국가”라고 강조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콜럼비아 전자제품 시장의 80%, 자동차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5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과거 스페인 식민통치 시절 남미의 중심이었던 이 나라는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석유·가스·석탄·니켈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한반도의 6배인 115만㎢의 국토에 안데스산맥부터 아마존 상류 열대우림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생태계 등 풍부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약 4400만의 인구는 중남미 3번째 규모의 내수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1940년대 40만명을 희생시킨 보수파와 자유파의 내전에 이어 60년대부터 좌파 반군과 정부군, 반군에 맞선 우익 민병대가 충돌하며 50년 동안 온 나라가 폭력의 악순환에 빠졌다. 여기에 80년대부터 남서부 안데스 지역에서 마약재배가 확산됐면서 마약조직들이 무장세력들과 손을 잡으면서 출구를 찾을 수 없는 혼란이 찾아왔다. 90년대말에는 무장 게릴라가 전국토의 40%를 장악했고, 수도 보고타에도 차량폭탄 공격과 납치가 일상화됐다. 반군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민간인을 납치해 몸갑을 받아내는 ‘산업’을 창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 반군과 마약조직 문제의 강력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우리베 정권은 좌파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와 민족해방군(ELN)에 대한 강력한 소탕작전을 벌여 이들을 산악지대로 몰고 있다. 또 최근 비교적 온건한 민족해방군과의 평화협상도 시작했다. 부유층들의 자위조직으로 조직됐으나 반군과의 전쟁과정에서 인권유린을 일삼았던 우파 민병대 대원들에 대해서는 사면과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통해 3만명을 무장해제시켰다.

이러한 강력한 정책이 도시 지역에선 실제로 폭력사태와 범죄를 줄이는데 성공하면서 우리베 대통령은 콜롬비아 역사상 가장 인기가 높은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우리베 대통령은 올해 5월 대선에서 62%라는 사상 최고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도시 중산층과 상류층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나라의 대표적 일간지인 <엘 티엠포>의 카를로스 페르난도 갈란 정치부장은 현재의 장밋빛 상황 아래에는 그림자도 짙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이전 정권에 비해 치안문제가 나아지고 경제회복이 뚜렷해진데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베 정권의 경제성장 혜택은 중산층과 상류층에 집중돼 있으며, 빈곤층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빈부격차는 악화되고 있다. 유권자 2700만명중 선거에 참여한 것은 1200만명 정도뿐으로 농민들과 빈곤계층의 상당수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지지율에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베 정권은 중남미에서 대표적인 친미 정권이지만,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막바지 협상중인 콜롬비아-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이 농수산물 시장 개방으로 농민과 어민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지난 4년 동안의 군사작전에도 불구하고 마약 경작지가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심해지자, 콜롬비아 정부가 최근 미국의 요구대로 마약재배지에 고엽제를 공중 살포하기 시작하면서 위험성을 지적하는 여론도 많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코카인의 70%가 콜롬비아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콜롬비아 상황에 적극 개입해 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플랜 콜롬비아’ 계획을 통해 우리베 정부에 매년 7억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하면서 강력한 마약 소탕작전을 펴도록 압박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미국 국내에서 마약 소비가 계속되는 한 엄청난 이익을 노린 마약산업이 뿌리 뽑히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1년에 마약산업으로 약 30억달러가 콜롬비아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마약산업은 사실상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최근 재사회화를 통해 무장해제됐던 우파 민병대원중 20%가 다시 무장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 불안한 조짐도 보이고 있다.

메데인에서 대규모 의류업체 인펙스를 운영하는 사업가 하이메 하라미요는 “마약문제는 중남미 전체의 문제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생활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상황이 계속 좋아지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길고긴 폭력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콜롬비아는 기로에 서 있다.

글·사진 보고타·메데인(콜롬비아)/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한국언론재단 지원 취재


프란시스코 산토스 콜롬비아 부통령
“당근·채찍통해 평화협상 진전”

프란시스코 산토스 콜롬비아 부통령
프란시스코 산토스 콜롬비아 부통령
“몇년 전 한해 2800건 이상이던 납치사건은 올해 200건 미만으로 줄었다. 곧 콜롬비아에서 납치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 4년반 동안 ‘납치와의 전쟁’을 지휘한 프란시스코 산토스 콜롬비아 부통령은 13일 집무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당근과 채찍’ 작전을 통해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진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쿠바 아바나에서 평화협상을 벌이는 제2의 반군인 민족해방군(ELN)에게는 무장 해제를 위해 한달에 200만달러씩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민족해방군은 쿠바혁명의 영향을 받은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조직으로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는 “몇년 전까지 1.1%였던 성장률이 최근에는 6%에 육박하고 있고, 실업률은 17%에서 11%로 하락했다. 정부 세수도 20% 늘었다”며 정치적 리더십과 치안 안정에 공을 돌렸다. 그는 기업세를 38.5%에서 30%로 낮출 예정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했다. 그는 빈부격차 확대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국민의 80%에 적용되는 사회보장제도를 100%까지 확대하고, 교육 혜택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산토스 부통령은 “집권 2기에는 아시아와의 자유무역 협정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보고타/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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