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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사령관 “아프간 정부와 협상 완전히 실패”

등록 2007-08-01 23:36수정 2007-08-02 09:53

[현지 언론인 리포트]
납치 주도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 잔
“탈레반은 초기부터 한국과 직접협상 원해”
<한겨레>는 장기화하는 한국인 23명 피랍 사태에 대한 입체적 보도를 위해 탈레반과 아프간에 정통한 라히물라 유수프자이 파키스탄 일간 <더뉴스> 선임 에디터와 파힘 다슈티 <카불 위클리> 편집장에게 취재를 의뢰했다. 최근 아프간 상황을 누구보다 면밀하게 추적해 온 이들의 깊이 있는 보도는 이번 사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한층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탈레반이 통보한 협상 시한이 막 지나 인질이 또 살해될지 모른다는 긴박감이 고조된 1일 낮 12시30분(한국시각 오후 5시)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 잔의 전화였다. 그의 목소리가 위성전화를 타고 흐르는 순간 ‘됐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압둘라 잔은 이번 납치 사건을 주도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구의 사령관이다. 탈레반 지도부 인사와 통화를 하려면 언제나 조직원을 통해 요청해야 한다. 이날도 여러 차례 부탁한 끝에 어렵게 그가 직접 건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탈레반 지도부가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으로 ‘대외 언론창구’를 단일화한 뒤 그는 언론 노출을 피해 왔다.

압둘라 잔의 목소리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그는 “아프간 정부 대표단과의 협상은 완전한 실패”라며 “다시 인질들을 죽이기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처형할 시간”이라고 소리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압둘라 잔을 비롯한 탈레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프간 정부의 무능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프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이들은 사건 초기부터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희망했다. 나를 비롯한 언론인들에게도 “한국 대사관이나 정부와 직접 접촉할 길이 없느냐”며 연락처를 묻곤 했다. 또 아마디 대변인은 “한국인들은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들을 석방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달라”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 저명인사들을 위주로 협상단을 꾸렸다. 그렇지만 협상단에선 많은 난맥상이 노출됐다. 협상단을 탈퇴한 가즈니주 주의원인 키알 무함마드 후사이니는 “우리는 메신저에 불과했다”며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탈레반 사령관 출신인 자불주 의원 압둘 살람 로케티의 협상단 참가는 역효과를 낳았다. 탈레반 고위층은 자신들을 버리고 정부에 투항한 로케티를 ‘뚱뚱한 소’라고 부를 정도로 멸시한다.


파키스탄 일간 〈더뉴스〉의 선임에디터 파힘 다슈티.
파키스탄 일간 〈더뉴스〉의 선임에디터 파힘 다슈티.
협상단 대표인 와히둘라 무자디디의 집 앞에는 지뢰가 설치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 정권 시절 대통령을 역임한 세브가툴라 무자디디의 친척이지만,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아프간 정부가 구출작전 가능성을 끊임없이 언급하는 것은 탈레반을 자극하며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아프간 군은 오늘도 가즈니주 군사작전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주의와 소개를 요청하는 전단을 뿌렸다. 페샤와르/라히물라 유수프자이 <더뉴스> 선임 에디터

* 라히물라 유수프자이는 누구 = 파키스탄 유력 일간지 <더뉴스>의 선임 에디터인 유수프자이는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을 두번 인터뷰했으며, 탈레반에 대한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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