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한국 등 비우호국 지정에 이어 중앙은행에 1주일 내 ‘루블 결제’ 체계 지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각 회의를 23일 주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자국이 지정한 이른바 ‘비우호국’에는 앞으로는 천연가스 수출 대금으로 루블만을 받겠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열린 정부 회의에서 “나는 이른바 적대국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대금 지급 방법을 루블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주일 내에 루블 결제로 바꾸기 위한 체계를 만들라고 중앙은행에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 우리 상품을 선적하고 달러나 유로를 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러시아는 이전까지 유럽에 수출한 가스 대금으로 주로 유로를 받았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연합과 미국 등 각국은 대 러시아 경제제재를 발표했고, 이 때문에 루블 가치는 폭락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루블 가치는 달러당 75루블 수준이었는데 이달 초 한때 110루블 이상으로 사상 최저치로 가치가 떨어졌다. 최근에는 100루블 수준으로 조금 회복됐다. 러시아는 경제제재에 반발해 경제제재에 동참한 나라들인 유럽연합 회원국과 미국, 영국, 한국, 일본 등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비우호국에 대해서는 러시아 정부와 기업이 진 채무를 달러가 아닌 루블로 상환할 수 있게 하는 조처를 지난 5일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외환 보유액 중 서방 은행에 맡긴 자금 상당액은 제재 여파로 동결된 상태고, 이 때문에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