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동맹 협력 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서구 국가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장 군대가 그곳으로 간다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미국 등은 푸틴 대통령의 말을 더 믿을 수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간스크공화국’(LPR)을 독립 국가로 승인하고 파병을 결정한 것에 대한 질문에 “당장 군대가 그곳으로 간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가능한 행동의 어떤 구체적 구상을 미리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현장의 구체적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대국민 담화에서도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서방의 시각을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서구의 인식이 과장됐다는 반박처럼 들린다. 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푸틴 대통령의 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드미트로 쿠엘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푸틴의 계획은 줄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장악하고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파괴해서 결국 러시아의 일부로 되찾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21일 밤 대국민 담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흡수하겠다는 욕구를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며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러시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셰비키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세 가지 요구를 하면서 그에 관한 협상이 이뤄진다면 추가적 군사 행동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모두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다. 그가 요구한 것은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인정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부분적 비무장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