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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하루 만에 “침공의 시작”이라 입장 뒤집은 미국…왜 그랬을까

등록 2022-02-23 13:18수정 2022-02-24 02:32

바이든 대통령 22일 오후 대응 연설서
러시아 행위는 “침공의 시작”이라 선언
우크라 생존권 부인하는 푸틴 연설 이후
‘지금 당장’ 단호한 대응 필요성 느낀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응 조처를 알리는 연설에 임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응 조처를 알리는 연설에 임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잔뜩 찡그린 표정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2시22분(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결정’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밝히기 위해 백악관 이스트룸 연단에 섰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두 친러 괴뢰 정부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파병 결정을 내린 조처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익명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결정적 변화를 주는 “추가적 움직임(new step)이 아니다”며 외교를 중시하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었다. 그로부터 불과 하루 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러시아의 지난 움직임을 침공이라 선언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지난 조처를 침공이라 ‘재정의’함에 따라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러 외교장관 회담과 그 후에 열릴 예정이던 정상회담도 줄줄이 취소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2일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임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지난 행동은 “외교를 전면 부정한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서 미-러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사태 수습책을 논의할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일촉즉발의 살벌한 대립을 이어가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판단을 뒤집은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를 짐작해 볼만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언급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국가성을 사실상 부인한 푸틴 대통령의 55분에 걸친 21일 밤 대국민 담화의 내용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밤 담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힘으로 영토를 더 획득하겠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세계는 어제 역사를 왜곡해 새로 쓴 푸틴의 긴 얘기를 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생존권을 직접 공격했다” “그의 극단적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전쟁을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협박했다” 등의 표현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깊은 정념’을 접한 뒤, ‘지금 당장’ 단호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듯하다.

푸틴 대통령의 21일 결정은 실무적으로도 미국과 러시아가 타협할 ‘외교적 여지’를 크게 축소시킨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과 프랑스가 중심이 된 유럽 국가들은 2015년 ‘민스크 합의’를 되살려 우크라이나 정세를 안정시키려 안간힘을 써 왔다. 이 합의의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친러 무장세력이 세운 두 국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에게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들의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합의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길게 언급한 뒤, “민스크 합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출구로 여겨져 왔던 외교적 토대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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