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석유동맹’ 축 흔들리나
중국 사우디와 전략유 비축사업 등 에너지 협력 강화
사우디 주미대사 “이란 공격하면 석유값 3배로 뛰어” 신경전
중국 사우디와 전략유 비축사업 등 에너지 협력 강화
사우디 주미대사 “이란 공격하면 석유값 3배로 뛰어” 신경전
사우디를 둘러싼 ‘석유동맹’의 축이 변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대규모 전략비축유 저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중동 석유 통제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사우디와 중국의 ‘에너지 협력’이 무르익고 있다. 사우디와 미국 사이에선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삐거덕’ 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사우디 원유 전략비축=중국이 사우디와 협력해 전략비축유 확보에 나선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사우디는 전략 원유비축 시설을 비롯한 석유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이 보도를 확인했다.
중국은 올 8월 완공될 3270만배럴 규모의 저장성 전하이 저장시설을 비롯해 랴오닝, 산둥 등 4곳에 총 1억배럴의 1단계 저장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는 30일분에 해당하며, 10년 안에 6개월분의 비축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6억8860만배럴 규모다.
중국이 이르면 내년 초부터 대량의 원유비축을 시작하게 되면, 국제유가를 더 높이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로런스 이글스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두 나라의 석유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유가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중국이 전략 비축유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공개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인들이 주축이 된 9·11 동시테러로 미국과 관계가 벌어진 사우디는 중국에 바짝 접근하고 있다. 올해 1월 압둘라 사우디 국왕이 베이징을 방문했고, 4월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해 포괄적 에너지협정을 맺었다. 여기에 이란과 쿠웨이트 등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들이 중국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면서 아시아의 새로운 ‘석유 축’이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석유 소비 3억1800만t 중 1억2700만t(40%)을 수입에 의존했는데, 이 중 17.5%를 사우디에서, 14%를 이란에서 수입했다.
사우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반기=반면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 정책과 석유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인 투르키 알파이살 왕자는 20일 미국에너지협회(USEA)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 문제가 무력공격으로 이어진다면 유가는 3배까지 치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 핵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도 무력공격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겨냥한 셈이다. 알파이살 대사는 “이란을 공격한다면,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전체가 불붙은 유전설비와 유조선들로 지옥이 될 것”이라며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파이살 대사는 배럴당 70달러 선의 고유가 가운데 20~30달러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설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새뮤얼 보드먼 에너지장관은 “설사 이란이 원유 수출을 중단해도 미국의 전략비축유(SPR)가 충분하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중동 석유 의존도를 대폭 낮추겠다”고 말한 뒤, 사우디가 미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는 등 두 나라의 미묘한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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