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8일 일요일 낮,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의 한 네거리에서 가토 도모히로라는 25살 남자가 트럭을 몰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5명을 치었다. 그는 이어 트럭에서 내려 주변의 보행자와 경찰관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트럭에 치인 사람들을 도우러 갔다가 흉기에 찔린 여자 대학생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일본을 발칵 뒤집어놓은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일본 언론들은 거리를 돌아다니다 마주친 사람에게 재앙을 안긴다는 요괴(도리모노)의 별칭을 따 ‘도리마’ 사건이라고 했다.
가토는 유소년기에 ‘완벽’을 요구하는 어머니의 ‘학대’에 가까운 훈육을 받으며 자랐다. 전문대를 졸업하고는 경비회사에서 일했으나 직장 내 인간관계에 불만을 드러내고 그만뒀다. 그 뒤 파견회사 소속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했는데, 불만을 터트리고 그만두는 일이 반복됐다. 교류하는 사람은 적었다. 2006년께부터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고 사람들의 위로와 공감을 얻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를 사칭한 글이나 무의미한 댓글이 늘어나자 분노가 쌓였다. 범행 당일 새벽 그는 범행 예고 글을 게시판에 남겼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고, 못 할 거라 비웃는 댓글도 있었다.
사건 직후 인터넷에선 사회적 약자란 이유로 그를 동정하고, 일부에선 영웅시하는 분위기도 잠시 일었다. 한달 새 33명이 비슷한 범죄를 예고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가토의 행위는 용서받기 어려운 흉악범죄임이 분명했다. 2011년 3월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2015년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했다.
가토는 변호사와 출판사 편집자 외에는 면회를 거부하고, 동생의 편지조차 받지 않았다. 동생은 2014년 가해자 가족으로서 겪는 고통을 적은 글을 한 주간지에 보내고 목숨을 끊었다. 가토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을 내고, ‘사형수 작품전’에도 참가했다. 2017년 ‘내일도 애쓰자’라는 제목으로 A4용지 81장 크기에 한 유명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포스터를 모사한 점묘화를 출품했다. 깨알 같은 크기의 ‘가슴 답답할 울(鬱)’ 자를 수없이 써서 완성한 그림이었다.
일본 정부는 아키하바라 사건을 계기로 흉기 소지 규제를 강화했다. 별 해법이 되진 못했다. ‘거리의 악마’가 저지른 무차별 살상 사건은 전보다 더 늘어, 2021년까지 23건이 이어졌다. 가토의 사형은 2022년 7월26일 집행됐다.
정남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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