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군사적 지원이나 파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는 미국·유럽연합(EU)이 주도하고 있는 대 러시아 제재 동참 여부에 대해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부처와 주요 경제부처가 참석하는 회의를 가졌다”면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검토하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군사적 지원이나 파병은 우리와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토하고 있는 것은 외교적 조치가 중심이 되고 있다. 당사국들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고, 이런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위 관계자는 또 ‘미국 등으로부터 대러 제재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미국이 일단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수출 통제와 금융 제재 등 계획을 밝혀왔다. 그래서 우방국들에게도 이런 협의를 쭉 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요 서방국들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고, 우리로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고 있다. 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각국 대응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따라서 우리 대응도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대러 제재 논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 러시아 등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는데 도움을 줬던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의 협력이 긴밀히 유지되는게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국제기구 협의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세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북한 동향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관련국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재외 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함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세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에너지 부족’이 우려되고 있는 유럽연합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우르술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액화천연가스 지원을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제재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보복 조처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봉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인 한국에 물량 일부를 나눠줄 것을 요청해 이에 대비하고자 한 것이다. 독일은 22일 러시아와 독일을 직결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역시 액화천연가스 물량이 충분치 않고 겨울 난방용 수요도 많은 것을 감안해 유럽연합 지원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는 비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국내 비축 물량은 9일치 정도에 불과하다. 원유 비축(정부 물량만 106일분) 물량과는 차이가 크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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