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오전 북한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해 화동한테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공항으로 영접을 나온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뒤편 왼쪽부터), 김계관 외무성 부상,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등의 모습도 보인다. 평양/조선신보 연합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클린턴 방북까지
지난 3월17일 미국 여성 언론인 2명이 북한에 억류된 이후, 미국 정부는 공식 채널과 민간 채널을 총동원해 북한과 석방 교섭을 벌였다.
사건 초기에 두 여성 언론인이 소속된 <커런트 텔레비전>의 설립자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방북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특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에 따른 북-미 갈등으로 석방 협상도 이에 연동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6월8일 두 여성 언론인을 재판에 부쳐 ‘조선민족 적대죄’와 ‘비법 국경 출입죄’를 적용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발표했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북-미 뉴욕채널로 여기자 석방 협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들이 7월 초께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엇비슷한 시기에 미국 정부는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 등 평양을 방문하는 민간인들을 통해 ‘진정성’을 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두 여성 언론인의 사면을 북한에 요청했다. 북한 법체계와 여성 언론인의 불법행위를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긴 발언이었다. 또 미국 의회는 국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성 언론인 석방 촉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연기하기도 했다. 정부와 의회, 민간의 ‘삼각 협력’이었던 셈이다.
이런 노력 끝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양행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애초 북한 특사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지난주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북한 관리가 여성 언론인 중 한 명의 가족에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석방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고, 이 가족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 백악관이 방북 임무를 승인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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