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일 열리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의 키워드는 론스타 등 미국계 기업과 공직 생활 마무리 뒤 40억원이 훌쩍 넘는 고문료·급여 수익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후보자 꼬리표를 뗄 수 있다. 과반이 훌쩍 넘는 171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한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호영·한동훈·김인철 등 민주당이 ‘임명 불가’를 주장하는 후보자 낙마를 위한 지렛대로도 한 후보자가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에게 드리운 의혹도 만만치 않은데, 외부의 정치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단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한 후보자에게 가장 오랫동안 드리운 그림자는 론스타다. 2003년 8월 론스타는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이 계약은 외환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 8% 미만의 부실은행이었기 때문에 성사됐다. 하지만 2년 뒤 외환은행이 이사회에 보고한 BIS 자기자본 비율 연말 전망치가 10%였는데, 금융감독원에는 6.16%로 보고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이때부터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은행을 싸게 넘기기 위해 부실을 과장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2년 7월까지 김대중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다 물러난 한 후보자는 당시 론스타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한 기간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시도를 한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김앤장이 론스타 법률대리를 하는지도 몰랐다”고 항변한 바 있지만 통상 분야 고위 관료 출신인 한 후보자가 인수 과정에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여전하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던 2006년 4월 동국포럼 강연에서 “외환은행이 2002년 말부터 2003년 굉장히 어려워서 론스타 투자가 안 됐으면 BIS 비율이 4.4% 떨어졌을 것이다. 사후적으로 보면 론스타 투자가 없었으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였다”며 론스타 쪽을 두둔했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 외의 미국계 기업과도 인연이 유독 많다. 그는 1989년 장인으로부터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을 3억8천만원에 매입했는데, 이곳에는 10년 동안 미국 유력 통신 기업인 에이티앤티(AT&T)와 석유 기업인 모빌사의 한국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가 세 들어 살았다.
이들이 한 후보자에게 낸 임대료는 총 6억2천만원이었다. 한 후보자는 10년 동안 월세로만 매입가의 1.6배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특히 당시 한 후보자는 청와대 통산산업비서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국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해당 기업 특혜 여부가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쪽은 부동산을 통해 계약했기 때문에 특혜 의혹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직 퇴직 후 10년 만에 40억6700만원에서 82억5000만원으로 40억원 이상 급격하게 늘어난 재산에도 청문위원들의 눈길이 쏠릴 전망이다. 한 후보자는 2012년 2월 주미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직후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맡아 2015년 2월까지 일했다. 3년 근무하는 동안 급여 및 퇴직금은 23억5000여만원이었으며, 1억77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별도로 받았다. 2017년 12월부터 총리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4년 4개월 동안은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19억7000만원이 넘는 고문료를 받았다. 두 곳에서 거둔 이익만 더해도 45억원에 가깝다. 청문회에서는 이처럼 많은 고문료·급여를 받은 것이 ‘전관예우’ 덕분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 7월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열린 풀브라이트 장학회 창설 60주년 기념 미술동문전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당시 주미대사)와 배우자 최아영씨.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최근에는 배우자도 논란도 나오고 있다. 앞서 <경향신문>은 미술작가인 한 후보자의 배우자 최아영씨가 2012년 이후 총 3차례의 개인 전시회를 열어 작품 일부를 효성그룹 일가와 부영주택에 3900만원에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자 쪽은 공직을 떠난 이후 개인전을 열어 작품을 판매한 것이고 지인과 친척 등 배우자와 인연이 있는 이들이 매입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개인전에서 총 작품 판매액은 1억원가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후보자가 주미대사 시절 최씨가 풀브라이트 장학회 창설 60주년 기념 미술동문전에 유일한 ‘비동문’으로 참여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남편 찬스’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 커지게 됐다. 당시 풀브라이트 60주년 기념행사와 전시회는 모두 주미대사관 후원으로 이뤄졌고, 동문전시회의 경우 참여작가 35명 중 최씨만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이 아니었다. 풀브라이트 전시회 출품 이력은 국내 예술가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스팩으로 통한다. 한 회화 작가는 <한겨레>에 “전업 작가들에게 이력 한 줄 만드는 거 자체가 피 튀기는 싸움”이라며 “풀브라이트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작가들 모두가 원하는 장학재단이다. 그런 재단의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이력이 있으면 그게 물꼬가 되어서 다른 갤러리나 공모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작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때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 이명박 정부 주미대사를 거친 노련한 관료가 청문위원들의 공세를 어떻게 방어하는지도 이번 청문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경험 많은 노장의 방패를 뚫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 국무총리 인사청문위원은 3선의 남인순 의원, 재선의 신동근·강병원 의원, 초선의 김의겸·김회재·이해식·최강욱 위원이다. 간사는 강병원 의원이 맡았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2~3일 이틀 동안 열린다.
정환봉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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