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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흥행 카드’ 남발 우려대로…대폭 줄거나 사라진 ‘한 줄 공약들’

등록 2022-05-03 21:59수정 2022-05-03 22:50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여가부 폐지·사드 추가 배치 약속 빠지고
‘병사 월급 200만원’도 실수령액 인상 아냐
LTV 완화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 우선
선거용 ‘흥행 카드’ 남발…예견된 결과 지적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오른쪽 둘째)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 둘째)에게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오른쪽 둘째)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 둘째)에게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표적인 공약들이 대거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후보 시절에 윤 당선자가 표를 좇아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을 ‘흥행 카드’로 남발했던 만큼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과정 내내 논란을 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한 줄 공약’에서 특히 큰 조정이 이루어졌다. 20대 남성 유권자의 호응을 얻었던 대표적인 단문 공약 ‘병사 월급 200만원’도 대폭 후퇴했다. 이 공약은 기존 국방 예산의 10%에 이르는 연간 5조원 이상 재원이 필요해 애초 발표 단계에서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수위는 병사 봉급과 자산형성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병장 기준으로 봉급 200만원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실수령액을 월 2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병사가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일부를 보전해주는 ‘자산형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월 200만원 수준을 맞춰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회적인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핵심적인 단문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 ‘사드 추가배치’ 등도 국정과제에서는 빠졌다. ‘여가부 폐지’가 빠진 것에 대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일단 현재 정부조직을 그대로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실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해 더 좋은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기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공약 제외에 대해 김태효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은 “신중 기조를 이어간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안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약은 통째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개미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며 내놨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도 ‘대주주 과세’를 남기는 쪽으로 수정됐다. 인수위는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인 5천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는 2년 미루고 대주주의 조세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내년 1월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 예정인데 시장 수용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2년 정도 유예하면 현행 시스템이 작동된다. 대주주 주식 양도세 부과 문제는 그 수준과 산정범위 등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대출이나 재건축 관련 공약도 대폭 수정됐다. 인수위는 공약대로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상한 완화(60∼70%→80%)를 우선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가 아닌 나머지 가구에 대해서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일괄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국정과제에서는 “주택시장 상황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안착 여건 등을 고려해 합리화를 추진하겠다”며 물러섰다.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은 폐기됐다. 서울 강남과 서초, 수도권 1기 신도시 지역에 30년이 넘은 아파트가 몰려 있어 안전진단을 폐지할 경우 집값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공약도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중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티에프(TF) 팀장은 “1기 신도시 사업은 구체적 지역을 말하긴 무리한 상황”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마스터플랜을 통해서 지역의 종합적 발전을 구상하고 질서 있게 재정비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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