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5일 국회에서 열린 '전환지원법 졸속 처리 반대 및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 입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A. 그렇지 않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 전문에 포함된 국제적인 용어이고, 우리나라 국회가 2021년 9월 제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도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요.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됐습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5년마다 고용정책심의를 거쳐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심의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고용정책심의회 산하 전문가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한 것이 주 내용입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본격 논의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통과됐습니다. 긴 시간 이견을 보였던 쟁점 중 하나가 ‘이름’입니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명과 목적 등에 ‘노동 전환’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 전환’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어떤 이름이 붙여졌느냐에 따라 법의 목적성은 극명히 달라집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 전환이 일어나 피해를 보는 지역이나 산업을 지원하는 한편, 일자리를 잃거나 낙오되는 이들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죠.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2015년 ‘파리협정’ 전문은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차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취약한 지역 차원 등의 역할을 담은 ‘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실레지아 선언’이 채택됐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 6월 111차 국제노동대회에서 ‘모두를 위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향한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했죠.
노동계와 정의당은 애초 ‘정의로운 전환’을 논의할 수 있는 첫 제정법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 등은 ‘정의로운 전환’이란 표현이 “추상적”이고 “유치하다”며 반대했습니다. 지난해 4월 법안소위에서 권기섭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은 “특별하게 ‘정의로운’의 경우에는 추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이걸 정의 조항에 다시 넣어서 정의를 한 다음에 써야 하는 그런 불편함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고,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도 “꼭 여기에 ‘정의로운 일자리’ 이런 게 들어가야 돼요? 유치하지 않나?”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22일 법안소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져, 결국 정부·여당의 의견대로 법안명과 목적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란 말은 빠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를 법안명과 목적에 담지 않으려고 할까요?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는 “정의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법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이상한 논리”라며 “정의를 해서 넣으면 되는 것”이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노동부는 본인들 편리한 방식으로, 기존 방식인 전환과정 교육이나 고용보험을 조금 확대하는 식으로 관리하려는 의도 같다”며 “독일 탈석탄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 대표나 노동자 대표를 꼭 참여하게 하고, 이들이 원하는 조치를 담아 합의안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도 “정의라고 하면 참여의 정의 등을 포함하게 되고,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 방법, 그에 대한 결정권에 대한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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