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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뉴스AS] “등록금 반환” 분노하는 학생들의 목소리, 정부를 향하는 이유

등록 2020-06-26 11:54수정 2022-08-18 15:56

[뉴스AS] 코로나가 부른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
‘수익자 부담 원칙’에 기댄 구조적 문제 드러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책임 물어
지난 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2030청년하다 제공
지난 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2030청년하다 제공

코로나19 파동을 겪은 1학기 종강을 앞두고 대학 등록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로 입은 피해에 따라 등록금 일부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각 대학들을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이후 해마다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는 등 대학 등록금은 언제나 ‘사회적 문제’였다. 그 핵심에는 고등교육에 드는 비용을,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당사자에게 부담시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있다. 대학은 고등교육이란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이고, 학생은 상품을 향유하는 소비자로서 그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는 코로나19 관련한 등록금 문제에서도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부메랑이 된 ‘수익자 부담 원칙’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터져나온 등록금 반환 요구가 일종의 “사회적인 반작용”이라고 풀이한다. 소비자로서 학생들에게 높은 등록금을 부담시키는 근거였던 수익자 부담 원칙이, 거꾸로 공급자로서 대학의 책임을 되묻는 근거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학기 대부분의 대학들이 원격수업 등 예년과는 다른 형태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고, 교내 시설 이용도 불가능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다면, 소비자인 학생 입장에선 고등교육이란 상품에 문제가 생긴 셈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1차적인 주체는 공급자인 대학이 된다. 일부 대학들이 추진하는 특별 장학금 지급이나 정부가 학생들을 직접 지원하는 재난지원금 등의 방안이 학생들에게 그리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1학기 등록금을 사이버대학 수준으로 깎아야 한다”는 셈법도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한 대학생은 등록금 감액 규정에 대한 입법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사이버대학 등록금에 비춰볼 때 일반대학의 등록금을 최소한 3분의 1 수준으로 감액해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원격수업만 실시한 1학기 교육 환경은 사이버대학과 다르지 않으므로, 등록금 역시 사이버대학과 같은 수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박경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경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등록금에 의존해온 고등교육의 한계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8학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760달러다. 자료 제출 국가들 가운데 미국(2만9748달러), 호주(9360달러), 일본(8784달러)에 이어 네번째로 높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 호주, 일본 역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사립대가 많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국공립대 재학생의 비율을 보면, 미국은 67%, 호주는 94%, 일본은 26%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18%에 불과하다. 한국은 전체 대학의 86%가 사립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등록금을 전 사회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등록금은 우리나라 사립대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나온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보고서를 보면, 2018년 146곳 사립대의 등록금 수입은 모두 9조8450억원으로, 재정수입총액의 39.9%를 차지했다. 등록금 수입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은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국고보조금인데, 이는 재정수입총액의 23.2% 수준이었다. 반면 대학 설립 주체인 학교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돈인 법인전입금은 6804억원으로, 교비회계 수입총액의 3.7%에 불과했다. 사립대들이 축적한 적립금은 8조5411억원에 이른다.

특히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 12곳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등록금과 가장 많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법인전임금 비율이 다른 대학들보다 더 낮은 등 누리고 있는 혜택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2018년 다른 사립대들의 적립금은 6306억원 줄었는데,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 12곳의 적립금은 1422억원 늘었다.

지난 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2030청년하다 제공
지난 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2030청년하다 제공

대학의 책임, 그보다 대학을 관리·감독할 정부의 책임

기본적으로 정부와 대학은 대면수업이 아닌 원격수업으로 학기를 진행했으며, 이에 대해선 등록금을 반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예년보다 오히려 더 지출이 많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건비 지출은 그대로인데, 서버 증설, 방역 등에 돈을 더 썼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년보다 8~9억원 정도를 더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온라인 강의 관련 지출이 4억원가량, 출입통제 강화를 위한 설비·인건비 지출이 3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정부는 등록금 반환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3차 추경에서 학생들과 ‘고통 분담’에 나선 대학들을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학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는 등 ‘세금 지원’으로 보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양새다. 건국대와 한성대처럼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전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2학기 등록금 일부를 감면하는 방안을 내놓는 대학들도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해법들이 과연 등록금 반환 요구에 담긴 우리나라 고등교육 구조 전반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해소할 수 있느냐다. 수익자 부담 원칙의 반작용으로 ‘대학의 책임’을 묻던 학생들의 목소리는 이미 “대학들을 관리·감독할 정부의 책임”을 묻는 차원으로 나아간 상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일차적으로 각 대학들이 재정 현황을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고등교육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하는 등 정부 책임을 늘리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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