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산 요소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차량용 요소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4일 오전 경기 부천시의 한 요소수 제조 업체 앞에 요소수 판매 중단을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부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요소수’ 품귀 현상에 화물차·중장비 기사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경유(디젤) 차량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가 이전보다 10배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데다, 주유소에서도 요소수 판매가 속속 중단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차를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점매석 단속 외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터라 당장 요소수가 필요한 개인은 중고거래와 해외직구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4일 오전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가 요소수 폭등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며 “운행 중지된 건설기계 노동자에 대한 구제방안도 마련하라”는 취지로 1인시위를 벌였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사용되는 물질로, 국내 생산량 97%(올해 1~9월 기준)가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로 만들어진다. 요소는 석탄을 원료로 제조되는데 최근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이 요소 수출에 대해 수출전 상품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면서 사실상 수출을 막고 있는 상태다. 국내 차량용 요소수의 50%를 공급하는 롯데정밀화학마저 이달 말까지 한달치 재고만 보유 중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요소수 공급이 필요한 배출가스 저감장치(SCR) 부착 경유 화물차는 국내에 약 56만대(수입차 제외), 승용차는 100만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중국산 요소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차량용 요소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4일 오전 경기 부천시의 한 요소수 제조 업체 앞에 요소수 판매 중단을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부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현장 화물·중장비 기사들은 6000원~1만원 하는 요소수 한 통(10ℓ)을 2~3일이면 비우는데, 현재 웃돈을 주고도 요소수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레미콘 노동자 김광현(43)씨는 “주유소 물량이 동나서 당근마켓으로 어제 한 통 당 6만원에 예약했다”며 “요소를 사다가 물을 섞어 기존 제품처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덤프트럭을 운행하는 정진철(52)씨도 “주유소에서 아예 요소수를 팔지를 않아서 이대로라면 일주일 안에 트럭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중고거래앱 당근마켓을 보면, 요소수는 10ℓ에 10만원선에서도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치솟은 상태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한 주유소 운영자는 “보통 거래처에 요소수를 주문하면 하루 이틀 안에 들어오는데, 지난주에 다 팔린 뒤 (물량이 언제 올 지) 기약이 없다고 들었다”며 “요즘 하루에도 10건 이상씩 요소수 살 수 있냐는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온라인 장터로 눈을 돌려도, 열흘가량 기다려야 하는 해외직구 상품밖에 없다. 3일 키워드 분석업체 아이템스카우트가 네이버·쿠팡·11번가 등 국내 주요 온라인몰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요소수 키워드 검색 수는 10월17~23일 1만6960회에서 일주일 만에(10월24~30일) 59만120회로 약 35배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등록된 상품수는 같은 기간 6981개에서 5132개로 26% 감소했다. 판매자들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상품등록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 승용차 운전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디젤 승용차를 보유한 서아무개(40)씨는 자동차에 1400㎞ 주행 뒤 요소수를 보충해야 한다는 알림이 떠 주변 마트 등을 수소문했다. 서씨는 “대형마트나 인터넷 등 어디에서도 요소수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버틸 수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방·경찰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공공부문에서도 요소수 품귀 사태가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관내 24개 소방서와 119특수구조단 등에 요소수 재고 관리를 위한 긴급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소방서 한 곳당 약 1개월 사용량인 150ℓ를 제외한 물량을 즉시 본부에 반납하고, 요소수를 쓰는 비출동 차량은 운행을 중지하는 등 ‘아껴쓰라’는 취지다. 경찰청도 석달치 쓸 수 있는 요소수를 보유 중이지만, 조만간 전국 지역경찰청과 경찰서에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요소수 쓰는 차량의 운행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낼 방침이다. 경찰이 보유한 전체 차량 중 기동대 버스 및 승합차 등 38%(약 6500대)가 요소수를 쓴다.
박수지 박강수 박종오 이승욱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