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최재해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직권남용 및 ‘대통령실 합작’ 의혹이 불거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내용을 중간발표 형식으로 밝히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에서 이 사건 감사 결과 의결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에 상관 없이 미리 조사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동일 사안을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스피커 구실을 하려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실지감사(현장감사)가 종료되는 오는 14일께 중간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4일 “감사원 감사 결과는 감사위원회의 의결로 그 결과가 최종 확정된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크거나 불필요한 의혹 제기 등이 우려되는 감사 사항 등의 경우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그 내용을 중간발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도 인정하듯이 감사 결과는 최종적으로 감사위원회의에서 심의·의결해야 효력을 가진다. 감사위원들은 사무처에서 올린 감사 내용을 심의한 뒤 징계요구·권고·고발 등 처분 방침을 확정한다. 규정상 진행 중인 감사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감사위원회의를 거치지 않은 감사 결과를 공표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더구나 서해 사건 감사 착수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감사위원들이 ‘안건’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지난
7년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는 감사원 중간발표가 감사 결과를 승인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꼼수’ 아니냐고 의심한다.
감사 착수와 관련한 위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감사 결과부터 발표할 경우 위법 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 방안 등을 연구해 온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5일 “감사위원회의는 감사 결과가 객관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하는 절차다. 중간발표 내용이 회의를 생략하고 공개할 정도로 중대하고 확실한 내용이라면 모르겠으나, 불확실한 내용과 위법 소지 등을 추정하는 바람잡이식 발표에 그친다면 감사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감사 개시의 위법성 시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 위법한 감사 내용을 중간에 발표까지 하는 것은 문제를 키우는 것이다. 중간발표가 단순 경과 소개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결론을 포함해버린다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감사 개시 절차 논란 등이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 공정성 시비 논란만 더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논란 속에 검찰 수사까지 동시 진행되는 사안을 과연 중간발표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권 교체 이후 보복성 감사라는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중간발표를 해야 할 만큼의 시급성이나 중대한 공익성이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특히 검찰의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수사와 맞물려, 감사원 중간발표가 사실상 피의사실 공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법원이 위법한 감사라고 판단해 감사원이 확보해 검찰에 넘긴 각종 ‘증거’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강행하는 것이 대통령실과의 교감 속에 검찰과 보조를 맞추려는 정치적 여론몰이 성격 아니냐는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감사원 조사 자료가 검찰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고, 검찰 수사와 다른 방향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사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감사원이 2011년 이후 감사 종료 전 중간발표를 한 사례는 △2011년 대학재정 운용실태 △2012년 전문대학 국고보조금 등 추진실태 △2013년 대형재난 예방 및 대응실태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2015년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등 모두 5차례였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