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문화재청→지자체→민간위탁 ‘하도급 관리’

등록 2008-02-13 08:02수정 2008-02-13 09:04

숭례문 화재 사건 뒤 주요 문화재에 대한 방범조처가 강화돼 12일 낮 경찰이 서울 종로6가에 있는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숭례문 화재 사건 뒤 주요 문화재에 대한 방범조처가 강화돼 12일 낮 경찰이 서울 종로6가에 있는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문화재 관리’ 4가지 허점투성이
문화재청 일부만 관할…예산부족·의사결정 지연
“지자체 이양 잘못” “대중인기 목적 개방은 안돼”

불타 무너진 숭례문은 이제 문화재 관리의 총체적 난맥상을 증언하는 상징물이 됐다. 사고 이후 숭례문 관리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보니, 관리 주체의 모호함에서부터 훼손이나 사고를 고려한 대비 없이 질주한 개방정책까지 숭례문은 애초부터 ‘사고를 안고 있는 국보 1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을 가슴을 무너뜨린 문화재 관리의 4대 허점을 짚어봤다.

■ ‘하도급’식 문화재 관리=12일 사표를 낸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숭례문의 1차 관리 책임이 서울 중구청에 있는 것은 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문화재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문화재 관리의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문화재청은 서울의 5대릉과 세종대왕릉, 현충사, 칠백의총 등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 위탁해 관리한다. 광역시·도가 중간관리를 맡은 셈인데, 대부분은 다시 구청 등 기초자치단체에 맡긴다. 맨 아래 기초자치단체는 평일 주간에 기능직 공무원 약간명을 배치하거나 순찰을 하도록 할 뿐, 야간에는 민간 위탁업체에 또다시 관리를 떠넘기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도급’으로 관리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구청은 케이티텔레캅에 숭례문 관리를 맡긴 뒤 현지 점검을 하지 않았으며, 화재가 발생한 당일에도 연락을 못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이티텔레캅 쪽은 중구청 당직자에게 연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자체가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 문화재 주변 개발제한 구역을 500m에서 200~300m로 축소하는 등 무책임한 행정을 펴기도 한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중요 문화재 직접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국보 1호’는 이미 잿더미가 된 뒤다. 황평우 문화연대 대표는 “문화재 관리를 지자체에 이양한 것은 잘못”이라며 “문화재청과 국립박물관을 통합해 지방의 국립박물관이 문화재 관리까지 하는 지방청 기능을 갖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 턱없이 모자란 보존 예산=문화재청의 올해 예산은 4277억원. 청 내부에서는 “큰 다리 하나 놓는 예산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나온다. 개인과 기업을 끌어들여 소외된 문화재를 지키자는 취지의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은 예산 부족에서 빚어진 궁여지책 중 하나다.

문화재 관리를 담당하는 기초단체는 해마다 광역시·도에 보존이나 개발 등과 관련한 예산을 신청한 뒤 다시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쳐 예산을 할당받는다. 관련 예산도 부족한데다 절차도 복잡해, 중요 문화재를 관리하면서도 예산 신청조차 않는 지자체도 생긴다. 숭례문을 관리한 중구청도 2년 연속 서울시에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다. 중구청은 2008년 예산에 문화재 관리용품, 문화재자문위원회 비용 등으로 자체 예산 816만원을 책정한 것이 고작이다.

주요문화재 소방시설 현황(왼쪽 표)과 최근 문화재·천연기념물 개방 사례
주요문화재 소방시설 현황(왼쪽 표)과 최근 문화재·천연기념물 개방 사례

서울시 역시 전체 문화국 사업비는 2007년 2297억5300만원에서 2008년 3292억4천만원으로 43.3%나 올랐지만, 문화재 보존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시의 ‘2008년도 성과주의 예산’ 자료를 보면, 보존을 위한 문화재 긴급보수 사업비는 전년도 7억8100만원에서 3억2812만원으로, 국가지정 문화재 보수비는 52억46만원에서 42억5811만원으로, 시지정 문화재 보수비는 41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뒤늦게 “앞으로 문화재 관리에 아낌없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화재 겪고도 무방비=소화기 8개가 소방시설의 전부였던 숭례문처럼 다른 중요 문화재에도 소방설비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표 참조)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문화재청이 지난해 5월 12~14일 진행한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 말고는 재난대응 준비 태세에 대한 점검을 한차례도 시행하지 않았다”며 “이 훈련도 산불로 인한 사찰 문화재의 소실에 초점을 맞춰, 수원 화성이나 숭례문 등에 대한 재난 대응 훈련은 한차례도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목조 문화재는 (화재가 발생하면) 처음 10분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10일 저녁 8시50분께 이후 한시간 동안 문화재청과 소방당국, 중구청은 사태 파악도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소방관들은 숭례문 내부 도면을 갖고 있지 않았고, 중구청이나 문화재청은 한시간 뒤에야 이를 제공했다. 그 사이 불은 숭례문을 집어삼켰다.

중구청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소방당국이 문화재청의 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했다”며 “화재 발생 72분 뒤에야 직접 살수 방식의 진화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수많은 문화재 소실 사고를 겪고도 목재 문화재 화재 진압의 기본 매뉴얼도 갖춰놓지 않았던 것이다.

■ 보안 대책 없는 개방=문화재청은 2004년 7월 25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창덕궁 후원을 개방한 뒤 경회루와 숙정문, 서울성곽 등 ‘금단’의 문화재들을 잇달아 열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도 문화재의 개방이 재임 기간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즐겨 말했다. 서울시도 2006년 3월 99년 동안 닫혀 있던 숭례문을 열고 시민들이 오갈 수 있도록 했다. 또 오는 6월까지 흥인지문(동대문) 주변 교차로 정비를 통해 보행 녹지광장을 조성하고 횡단보도를 놓아 일반인의 접근이 쉽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개방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보안 대책도 없이 개방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일은 우리 문화재가 폐쇄에서 개방의 길로 가는 과도기에서 생겨난 안타까운 현상”이라며 “문화재가 최대한 개방돼 국민들에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 전제로 정부가 철저히 보안 조처를 해야 하고 국민들도 문화재에 대한 높은 민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이정훈 김기태 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