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성직자와 신도들이 15일 오후 상주보 공사 현장에서 3㎞ 떨어진 경북 상주 낙동강 경천교 아래에서 손을 맞잡고 걸으며 “생명의 강, 어버이 강”이라고 외치고 있다. ‘어찌 이곳을 흩트리려 합니까’라는 이름으로 열린 4대 종단 공동기도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천성산 지킴이’로 유명한 지율 스님(오른쪽 셋째)과 함께 상주보 공사장까지 도보순례를 했다. 상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장] 상주보 공사현장 종교인 공동기도회
강이 흐르고 종소리가 흘렀다. 원불교 교무들이 치는 10번의 종소리가 그치고 침묵이 흐른 뒤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상임대표 최완택 목사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흐름 위에 보금자리를 만든 생명이며, 흐름을 막는 것은 죽음의 세력입니다. 흐름을 거부하고 조물주의 섭리를 거부하는 4대강 사업은 중단돼야 합니다.”
15일 오후 2시 경북 상주시 중동면 낙동강 상주보 공사 현장에서 약 3㎞ 떨어진 상류, 경천교 부근 모래밭에서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단으로 꾸려진 종교환경회의가 주최하는 ‘생명의 강을 위한 4대종단 공동 기도회’가 열렸다.
천경배 대한성공회 신부가 사회를 본 이날 행사에는 4대 종단 관계자, 환경운동가, 시민 등 130여명이 참여했다. 4대 종단 종교인들이 함께 4대강 공사 현장 부근에서 이 사업에 반대하는 기도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종단 관계자들의 여는 말씀에 이어 이종희 예수살기 상임공동대표의 주도로 참가자들은 ‘모두 함께 회복을 기원하는 춤’을 췄다. 천주교 기도문을 낭송한 정루시아 수녀는 “주님이 마련해준 이 나라의 아름다운 강과 사람들을 지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지율 스님의 인도로 모래 위에 ‘흐르는 강’이란 큰 글씨를 흙으로 덮어 만드는 행위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경천대 모래벌판에서 낭독한 공동결의문에서 “4대강 개발사업은 대운하 사업의 또다른 이름이며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무모한 국책사업”이라며 “종교인들에게 생명·평화의 수호는 종교적 의무이자 도덕적 요청이며 온갖 불의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을 전국의 사찰, 성당, 교회, 교당에서 국민들과 힘을 모아 끝까지 저지해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명계환 종교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번 기도회는 종교계가 생명과 4대강을 지키기 위한 본격 행동에 나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7일 기독교 환경운동연대가 팔당 유기농단지에서 순례와 기도회를 열고, 불교환경연대가 다음달 17일 조계사 앞에서 1만여명이 참석하는 환경법회를 여는 등 앞으로 종단별로 본격적인 생명의 강 살리기 행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함안보피해대책위원회 대표단은 이날 경남 창녕군 함안보 건설현장을 항의방문해 한국수자원공사 현장책임자에게 함안보 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상주/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상주/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