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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자연 사건’ 재조사, 성범죄 수사권고 못한 채 종결

등록 2019-05-20 16:14수정 2019-05-20 20:34

기획사 대표의 위증 혐의 수사 권고
조선일보 사주 일가 의혹 일부 사실로
10년 전인 2009년 3월9일 배우 고 장자연씨 발인식 장면. 연합뉴스
10년 전인 2009년 3월9일 배우 고 장자연씨 발인식 장면. 연합뉴스
2009년 3월 배우 장자연씨가 성 접대 강요를 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숨진 뒤 10년 만에 재조사가 마무리 됐다. 당시 검·경 수사가 부실했으며 장씨 사건과 무방하다고 소송전을 벌인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장씨와 만난 적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장씨가 문건을 남기면서까지 알리려 했던 성 접대 강요 의혹 등 성범죄에 대한 재수사 권고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일 오후 ‘배우 장자연씨 성 접대 리스트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4월 사전조사 대상으로 이 사건을 선정한 뒤 13개월 동안 관련자 80여명을 불러 조사했다. 조사 실무를 맡은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장씨 사건을 △기획사 대표의 술접대·성 접대 강요 의혹 △조선일보 방사장의 성 접대 요구 의혹 △‘방사장 아들’에 대한 술접대 의혹 △조선일보사의 수사 무마 외압 의혹 △검경 수사 미진 △장자연 리스트 유무 등 12가지 쟁점으로 나눠 조사했다.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뒷모습 왼쪽)과 문준영 위원(오른쪽)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장자연씨 사망 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작성한 문건이 대체로 진실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명단’ 형태의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과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뒷모습 왼쪽)과 문준영 위원(오른쪽)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장자연씨 사망 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작성한 문건이 대체로 진실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명단’ 형태의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과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과거사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씨의 기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 검찰 재수사를 권고했다. 김씨가 2012~2013년 조선일보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기한 명예훼손 재판에서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을 모른다"는 내용 등의 위증을 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07년 10월께 장씨를 방용훈 사장에게 소개했다.

그러나 성범죄에 대한 수사 권고는 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2008년 9월 (사장이) 조선일보 방사장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는 장씨 문건 내용과 관련해 ‘조선일보 방사장’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방 사장이 2007년 10월께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장씨를 만난 점 등을 들어 장씨가 방 사장을 ‘조선일보 방사장’이라고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방 사장이 장씨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잠자리를 요구받았다는 내용이 문건으로는 남아있는데 다른 근거가 없다. 실제로 방 사장이 잠자리를 요구했는지, 잠자리를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약물로 장씨를 성폭행했다는 특수강간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수사 권고까지 나아가기에는 윤지오씨 진술밖에 없었고 진술의 신뢰성도 논란이 됐다. 진상조사단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렸다. 3명의 외부 단원이 수사 권고 검토를 의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다른 3명은 반대하거나 과거사위 결정을 따르는 것으로 정했다고 한다.

과거사위는 방정오 전 티브이(TV) 조선 대표가 2008년 10월 장씨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장씨의 다이어리나 수첩 등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술접대 강요 부분은 판단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당시 경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정황도 확인됐다. 과거사위는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을 만나 협박한 사실이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방 전 대표와 장씨 사이의 통화기록을 빼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일보는 조 전 청장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조 전 청장의 말이 더 믿을 만 하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경 수사과정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돼 핵심 증거들을 압수하지 못 했다. 당시 경찰이 확보한 통화기록 원본이 수사기록에서 빠져있는 걸 확인했다. 장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3대의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수사기록에 첨부되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조선일보 방사장’ 관련해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 장씨와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방 사장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 방정오 전 티브이(TV) 조선 대표의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을 이틀치만 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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