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 (26)
사람만이 고개를 숙일 수 있다│고개 : 머리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어울리는 말을 고르시오.
천장이 낮으니 (고개/머리)를 숙이고 들어오세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머리)를 숙인다.
국민 여러분께 (고개/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렇게 뻣뻣하게 굴더니 이제야 (고개/머리)를 숙이는구나.
[풀이] ‘고개’와 ‘머리’는 가리키는 신체 부위가 다르다. ‘고개’는 목의 뒷부분을 가리키거나, ‘머리’와 ‘목’을 한데 묶어 이르는 말이다. ‘머리’에 눈, 코, 입, 귀, 머리털이 있고 뇌가 들어 있다는 점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동물에게는 ‘목’이 있으되 ‘고개’가 없다. ‘고개’는 사람에게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행동이나 태도와 관련해서 쓰인다. ‘고개’는 인간에게 고유한 자존심, 자발적인 의지나 의도, 각성된 의식,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는 반면, ‘머리’는 본능적·동물적인 성향, 비자각적·무의식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다. 한마디로 ‘고개’는 목적과 동기가 뚜렷한 경우에 쓰이고, ‘머리’는 신체의 즉자적인 움직임이나 동작 자체에 초점이 있다. ‘고개를 내밀다’는 “고개를 내밀어 창 밖을 내다보았다”처럼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 목을 빼는 행동이고, ‘머리를 내밀다’는 “의사가 상처 부위를 잘 볼 수 있도록 머리를 내밀었다”처럼 단순히 머리를 앞쪽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고개를 숙이다’와 ‘머리를 숙이다’는 모두 상대방을 인정하고 굴복한다는 태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혼동해서 쓰기 쉽다. 한때 ‘고개 숙인 남자’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이처럼 ‘고개를 숙이다’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 권위나 능력을 잃었을 때 성립하는 표현이다. 동물은 ‘머리’를 숙일지언정 ‘고개’를 숙일 수 없으며, 사람만이 ‘고개를 숙일’ 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겸손의 미덕을 식물에 빗댄 표현으로, 무조건적이고 본능적인 복종을 의미하는 ‘머리를 숙이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또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 표현은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한다는 의미다. 만약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하면, 그 전까지는 ‘고개를 쳐들고’ 자존심을 세우다가 이제 와서 ‘고개를 숙인다’는 의미가 되어 사뭇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자신을 철저히 낮추고 무조건 용서를 빌 때는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옳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가 상대의 권위나 능력에 굴복하는 태도를 취할 때는 ‘머리’가 아니라 ‘고개’를 숙여야 한다. 영어의 ‘head’를 한국어로 옮길 때 무신경하게 ‘머리’만을 쓰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고개’와 ‘머리’를 적절히 구분해서 쓸 때 한국어의 묘미가 한층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요약] 고개: 목의 뒷부분, 혹은 머리와 목을 아울러 가리킴|사람에게만 쓰이며, 인간의 고유한 자존심과 연관됨|뇌의 정신작용을 가리킬 수 없음 머리: 뇌가 들어 있는, 목 위의 부분|사람이나 동물에 두루 쓰임|뇌의 정신작용을 가리킬 수 있음 [답] 머리, 고개, 머리, 고개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풀이] ‘고개’와 ‘머리’는 가리키는 신체 부위가 다르다. ‘고개’는 목의 뒷부분을 가리키거나, ‘머리’와 ‘목’을 한데 묶어 이르는 말이다. ‘머리’에 눈, 코, 입, 귀, 머리털이 있고 뇌가 들어 있다는 점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동물에게는 ‘목’이 있으되 ‘고개’가 없다. ‘고개’는 사람에게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행동이나 태도와 관련해서 쓰인다. ‘고개’는 인간에게 고유한 자존심, 자발적인 의지나 의도, 각성된 의식,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는 반면, ‘머리’는 본능적·동물적인 성향, 비자각적·무의식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다. 한마디로 ‘고개’는 목적과 동기가 뚜렷한 경우에 쓰이고, ‘머리’는 신체의 즉자적인 움직임이나 동작 자체에 초점이 있다. ‘고개를 내밀다’는 “고개를 내밀어 창 밖을 내다보았다”처럼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 목을 빼는 행동이고, ‘머리를 내밀다’는 “의사가 상처 부위를 잘 볼 수 있도록 머리를 내밀었다”처럼 단순히 머리를 앞쪽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고개를 숙이다’와 ‘머리를 숙이다’는 모두 상대방을 인정하고 굴복한다는 태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혼동해서 쓰기 쉽다. 한때 ‘고개 숙인 남자’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이처럼 ‘고개를 숙이다’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 권위나 능력을 잃었을 때 성립하는 표현이다. 동물은 ‘머리’를 숙일지언정 ‘고개’를 숙일 수 없으며, 사람만이 ‘고개를 숙일’ 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겸손의 미덕을 식물에 빗댄 표현으로, 무조건적이고 본능적인 복종을 의미하는 ‘머리를 숙이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또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 표현은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한다는 의미다. 만약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하면, 그 전까지는 ‘고개를 쳐들고’ 자존심을 세우다가 이제 와서 ‘고개를 숙인다’는 의미가 되어 사뭇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자신을 철저히 낮추고 무조건 용서를 빌 때는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옳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가 상대의 권위나 능력에 굴복하는 태도를 취할 때는 ‘머리’가 아니라 ‘고개’를 숙여야 한다. 영어의 ‘head’를 한국어로 옮길 때 무신경하게 ‘머리’만을 쓰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고개’와 ‘머리’를 적절히 구분해서 쓸 때 한국어의 묘미가 한층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요약] 고개: 목의 뒷부분, 혹은 머리와 목을 아울러 가리킴|사람에게만 쓰이며, 인간의 고유한 자존심과 연관됨|뇌의 정신작용을 가리킬 수 없음 머리: 뇌가 들어 있는, 목 위의 부분|사람이나 동물에 두루 쓰임|뇌의 정신작용을 가리킬 수 있음 [답] 머리, 고개, 머리, 고개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