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 (27)
비면 안 되는 것, 비어도 되는 것│속:안
[오늘의 연습문제] 두 가지 표현 중에서 더 자연스러운 것을 고르시오.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터널 (속에|안에) 갇혔다.
열차 (속에서|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괄호 (속에|안에) 알맞은 말을 넣으시오.
[풀이] 한국어에서 ‘안’은 2차원 면이나 1차원 선에, ‘속’은 3차원 사물에 대해 쓰인다. 먼저 1차원의 경우를 보자. ‘괄호’는 문장이라는, 1차원으로 추상화할 수 있는 사물의 한 부분이므로 ‘안’이 자연스럽다. ‘터널’은 도로의 한 부분이므로 1차원으로 상정할 수 있고, 따라서 ‘안’이 더 어울린다. ‘100m 안’이나 ‘3Km 안’도 거리라는 1차원 대상에 쓰인 것이고, ‘사흘 안’이나 ‘10년 안’ 역시 시간을 1차원 선상을 흐르는 것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나온 표현들이다. 2차원의 경우는 ‘네모 안’ ‘동그라미 안’ ‘테두리 안’ ‘울타리 안’ 같은 표현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더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한편 ‘사과 속’ ‘호박 속’ ‘바다 속’, ‘뱃속’, ‘머릿속’, ‘땅속’ ‘물속’ 등의 표현에 아무런 거슬림이 없는 것으로 보아 3차원 사물에는 ‘속’이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집’이나 ‘버스’는 3차원 공간인데 왜 ‘집 안’ ‘버스 안’이 더 자연스러운 걸까. 지붕이 없어도 집은 집이다. ‘집’은 울타리나 벽으로 안과 밖을 구분했을 때 ‘안’을 가리키는 말이다(‘방’도 마찬가지다). 버스, 택시, 열차 같은 탈것들도 ‘무개차’를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다. ‘속’과 ‘안’이 헛갈릴 때 답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다. 내부가 비었을 때 비정상이면 ‘속’이고, 비어도 이상이 없으면 ‘안’이다. 배추나 무가 ‘속’이 비면 김장거리로 부적당하다. ‘속 빈 강정’도 눈총을 받기는 매한가지다. ‘머리가 빈’ 사람도 정상은 아니다(따라서 ‘머리’에는 ‘속’이 어울린다.) ‘뱃속’이 비어도 마찬가지다. ‘속’은 내부의 충만을 전제로 하며, 아예 그 자체가 ‘겉’과 구분되는 내용물을 가리킬 때가 많다. 그러나 ‘집’이나 ‘방’은 얼마든지 비어 있을 수 있다. ‘버스’도 손님 없이 운행하는 일이 있다. ‘괄호’는 원래 비어 있는 공간이다. 차가 다니지 않으면 ‘터널’은 텅 비게 된다. 다시 말해, ‘안’에는 뭔가가 들어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안’은 비어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또 한 가지 의문. ‘가슴 속’이야 그렇다 쳐도, ‘마음 속’은 왜 ‘마음 안’이 아닌가? ‘속’이 붙으려면 내부가 들어차 있어야 한다. 우리들의 마음에서는 기쁨, 슬픔, 희망, 절망, 회한, 원망, 꿈 같은 것이 한시도 떠날 날이 없다. 득도한 이가 아니면 ‘마음을 비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늘 뭔가가 들어차 있는 것, 그것이 우리네 마음이다. [요약] 속: 3차원 사물의 내부|비면 비정상 안: 2차원이나 1차원 사물의 안쪽|비어도 문제 없음 [답] 안에, 안에서, 안에
[풀이] 한국어에서 ‘안’은 2차원 면이나 1차원 선에, ‘속’은 3차원 사물에 대해 쓰인다. 먼저 1차원의 경우를 보자. ‘괄호’는 문장이라는, 1차원으로 추상화할 수 있는 사물의 한 부분이므로 ‘안’이 자연스럽다. ‘터널’은 도로의 한 부분이므로 1차원으로 상정할 수 있고, 따라서 ‘안’이 더 어울린다. ‘100m 안’이나 ‘3Km 안’도 거리라는 1차원 대상에 쓰인 것이고, ‘사흘 안’이나 ‘10년 안’ 역시 시간을 1차원 선상을 흐르는 것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나온 표현들이다. 2차원의 경우는 ‘네모 안’ ‘동그라미 안’ ‘테두리 안’ ‘울타리 안’ 같은 표현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더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한편 ‘사과 속’ ‘호박 속’ ‘바다 속’, ‘뱃속’, ‘머릿속’, ‘땅속’ ‘물속’ 등의 표현에 아무런 거슬림이 없는 것으로 보아 3차원 사물에는 ‘속’이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집’이나 ‘버스’는 3차원 공간인데 왜 ‘집 안’ ‘버스 안’이 더 자연스러운 걸까. 지붕이 없어도 집은 집이다. ‘집’은 울타리나 벽으로 안과 밖을 구분했을 때 ‘안’을 가리키는 말이다(‘방’도 마찬가지다). 버스, 택시, 열차 같은 탈것들도 ‘무개차’를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다. ‘속’과 ‘안’이 헛갈릴 때 답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다. 내부가 비었을 때 비정상이면 ‘속’이고, 비어도 이상이 없으면 ‘안’이다. 배추나 무가 ‘속’이 비면 김장거리로 부적당하다. ‘속 빈 강정’도 눈총을 받기는 매한가지다. ‘머리가 빈’ 사람도 정상은 아니다(따라서 ‘머리’에는 ‘속’이 어울린다.) ‘뱃속’이 비어도 마찬가지다. ‘속’은 내부의 충만을 전제로 하며, 아예 그 자체가 ‘겉’과 구분되는 내용물을 가리킬 때가 많다. 그러나 ‘집’이나 ‘방’은 얼마든지 비어 있을 수 있다. ‘버스’도 손님 없이 운행하는 일이 있다. ‘괄호’는 원래 비어 있는 공간이다. 차가 다니지 않으면 ‘터널’은 텅 비게 된다. 다시 말해, ‘안’에는 뭔가가 들어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안’은 비어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또 한 가지 의문. ‘가슴 속’이야 그렇다 쳐도, ‘마음 속’은 왜 ‘마음 안’이 아닌가? ‘속’이 붙으려면 내부가 들어차 있어야 한다. 우리들의 마음에서는 기쁨, 슬픔, 희망, 절망, 회한, 원망, 꿈 같은 것이 한시도 떠날 날이 없다. 득도한 이가 아니면 ‘마음을 비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늘 뭔가가 들어차 있는 것, 그것이 우리네 마음이다. [요약] 속: 3차원 사물의 내부|비면 비정상 안: 2차원이나 1차원 사물의 안쪽|비어도 문제 없음 [답] 안에, 안에서,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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