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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구체적 대화법까지 담은 육아서의 고전

등록 2006-12-28 21:27

부모와 아이 사이
부모와 아이 사이
베스트셀러들여다보기 / 부모와 아이 사이

아침에 일어나, 아이의 하루를 비참하게 만들겠다고 작심하는 부모는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오늘 우리 아이를 야단치고, 잔소리를 해대고, 창피를 주어야지” 하고 다짐하는 어머니나 아버지는 없다. 그와 반대로 많은 부모들은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다짐한다.

“오늘은 아이들과 아무 일 없이 지내야지. 야단을 치지도 않고 말다툼을 벌이지도 않고, 싸우지도 말아야지.”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좋게 먹어도, 원치 않았던 전쟁은 다시 벌어지고 만다.

교육심리학자 하임 기너트(1922~1973)가 쓴 <부모와 아이 사이>의 프롤로그는 이런 반어적 표현으로 시작한다. 정말로 많은 부모들이 이유야 어찌됐든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을 야단치고 잔소리하고 창피를 준다. 그러나 이 일상적 반복이 아이를 망친다고 기너트는 말한다.

<부모와 아이 사이>는 육아서의 고전이라고 할 책이다. 1965년 초판이 나와 40여년 동아 전 세계 30여 언어로 번역됐다. 이 책은 2003년 뒤늦게 한국어판이 나왔는데, 그동안은 주로 교육 전공자 중심으로 읽혔다. 그러다가 지난 8월 말 <문화방송>의 특별프로그램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서 소개된 뒤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책이 나온 줄도 몰랐던 부모들이 새 독자로 들어와 순식간에 15만부 가까이 팔렸다.

이 책의 특장은 아이들을 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자세에서부터 아이들을 이끄는 구체적인 기술까지 일관성 있게 이야기한다는 점에 있다. 통상의 육아서에서 볼 수 없는 깊이 있는 통찰이 경건함을 느끼게까지 해준다. 지은이는 부모와 아이 사이 바람직한 대화는 아이의 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요컨대, 지은이는 아이를 ‘손님’처럼 대할 것을 주문한다. 그럴 때에야 아이는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게 되고 붐와 아이가 행복한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모욕을 느끼지 않고 규칙을 지키게 하는 법, 인격을 훼손하지 않고 비판하는 법, 판결을 내리지 않고 칭찬하는 법,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심리 치료를 할 때는 아이에게 ‘넌 훌륭한 꼬마야. 넌 대단해”라고 말하는 법이 절대 없다. 판결을 내리고 가치를 평가하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칭찬은 아이를 불아하게 하고, 남에게 의지하게 아며, 움츠러들게 만든다.”


지은이가 전하는 ‘칭찬하는 방법’을 보자. 성격과 인격에 대해 칭찬하지 말고, 꼭 아이의 노력과 그 노력으로 성취한 것만 칭찬하라. 가령, “차를 닦아줘서 고마워. 새 차 같은데”라고 칭찬하면 아이는 “내가 한 일이 인정을 받았다”며 긍정적인 결론을 얻지만, “너는 천사야, 착한 아이야”라는 칭찬은 아이를 오히려 불안하게 만든다. “오늘 설거지를 도와줘서 고마워”라고 하면 “난 책임감이 있어”라는 자기 긍정을 주지만 “그 누구보다 설거지를 잘했어”라고 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결을 내리지 말고 인격을 문제삼지 말고 구체적이고 한정적으로 칭찬해야 아이들의 자긍심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조언이다.

책을 펴낸 양철북 출판사의 이성숙 편집부장은 “이 책이 말하는 대로 실제 대화에 적용해 보면서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고 밝히는 독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양철북 출판사는 <부모와 아이 사이> 말고도 가너트의 다른 저작 <부모와 십대 사이> <교사와 학생 사이>도 잇따라 펴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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