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17일 조승희씨 부모가 사는 미국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집 맞은 편에서 이웃 주민 마샬 메인을 인터뷰 하고 있다. 조씨 부모의 집은 오른쪽 끝 흰색 주택이다. 센터빌/AP 연합
살인의 범죄심리학 분석
버지니아 참극에서 희생자의 유가족은 울부짖으며 묻는다. 왜 무고한 이들이 죽어가야 했는가?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는 ‘대량살인’은 연쇄살인과 더불어 이미 ‘미국적 범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대량살인’이 “미국적 폭력의 무시무시한 아이콘”이라고 썼다. 1985년 잭 레빈 등이 <대량살인:미국의 커가는 위협>을 펴낸 이래 미국의 범죄심리학자들과 법의학자들은 대량살인과 연쇄살인에 관해 적지 않은 연구를 내놓았다. 레빈은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대량살인의 유발 원인에 대해 아직도 암흑 속에 있다”고 말한다.
우발 범행 아닌 몇달 또는 몇년 분노 폭발
대부분 ‘살인계획’ ‘자살 계획’ 함께 사고
WP “대량살인, 미국적 폭력의 한 아이콘” 대량살인 유발 암흑물질?=범죄심리학자들과 정신병리학자들은 무엇이 대량살인이라는 ‘괴물’을 길러내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뇌 자기공명촬영 등 온갖 과학적 방법을 동원했다. 행동을 자극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에 주목하기도 했고, 정서와 행동을 통제하는 대뇌피질에 관한 연구도 나왔다. 성장기 가정폭력과 성적 장애, 두뇌 손상과 정신분열증에 주목하기도 한다. 레빈은 이 모든 연구가 아직도 ‘대량살인의 심리’를 해명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량살인자들은 대개 자살하거나 경찰에 의해 사살당하는 특징을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을 보면 미국에서 벌어진 대량살인 사건 102건의 범인 가운데 3분의 1이 자살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경찰에 사살당했다. 범죄심리학자 마이클 스톤은 대량살인자들이 ‘살인 계획’과 더불어 ‘자살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경찰의 사격 유발도 일종의 자살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이들을 직접 인터뷰할 수 없고, 다만 생전 행동을 관찰 분석할 수 있을 뿐이다. 닐 케이 필라델피아 토머스제퍼슨대학 정신병리학 조교수는 대량살인범의 95%가 남자이고, ‘외톨이’이자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겉으로는 정상인이지만 속으로는 분노가 끓어 넘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교내의 부유층 학생들에 대한 증오를 표출한 조승희씨의 메모를 보면 그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마이클 웰너 뉴욕대학 정신병리학 교수는 대량살인이 우발 범행이 아니라 적어도 몇 달 또는 몇 년 쌓여온 분노와 ‘총기 난사 몽상’과 계획의 결과이며, 남성의 파괴충동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가 길러낸 미국적 폭력=대량살인은 연쇄살인이나 자살테러와 다르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연쇄살인자들이 범행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며 결코 잡히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량살인자들은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지만 ‘도망’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특이점이 있다. 제럴드 포스트 조지워싱턴대학 정신병리학 교수는 자살테러리스트들은 “세계를 구원한다”는 자기도취에서 행동하지만, 대량살인자들은 자신을 포함해 “세계를 끝장내겠다”는 심리에서 행동한다. 이런 데서 대량살인자들의 깊은 좌절과 분노를 읽을 수 있다. 현재로선 대량살인 충동이 어디서 비롯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사례 분석을 통해, “누적된 소외감·모욕감·욕구불만·좌절·분노 등을 스스로 통제하고 해소할 수 없는 어떤 사람의 경우 이런 충동을 발전시켜갈 수 있다”고 본다. 듀이 코넬 버지니아대학 임상정신병리학 교수는 “자신의 열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 기대치와 사회적 대우 사이의 강렬한 대비가 좌절감과 분노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소외를 심화시키는 사회가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대부분 ‘살인계획’ ‘자살 계획’ 함께 사고
WP “대량살인, 미국적 폭력의 한 아이콘” 대량살인 유발 암흑물질?=범죄심리학자들과 정신병리학자들은 무엇이 대량살인이라는 ‘괴물’을 길러내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뇌 자기공명촬영 등 온갖 과학적 방법을 동원했다. 행동을 자극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에 주목하기도 했고, 정서와 행동을 통제하는 대뇌피질에 관한 연구도 나왔다. 성장기 가정폭력과 성적 장애, 두뇌 손상과 정신분열증에 주목하기도 한다. 레빈은 이 모든 연구가 아직도 ‘대량살인의 심리’를 해명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량살인자들은 대개 자살하거나 경찰에 의해 사살당하는 특징을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을 보면 미국에서 벌어진 대량살인 사건 102건의 범인 가운데 3분의 1이 자살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경찰에 사살당했다. 범죄심리학자 마이클 스톤은 대량살인자들이 ‘살인 계획’과 더불어 ‘자살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경찰의 사격 유발도 일종의 자살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이들을 직접 인터뷰할 수 없고, 다만 생전 행동을 관찰 분석할 수 있을 뿐이다. 닐 케이 필라델피아 토머스제퍼슨대학 정신병리학 조교수는 대량살인범의 95%가 남자이고, ‘외톨이’이자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겉으로는 정상인이지만 속으로는 분노가 끓어 넘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교내의 부유층 학생들에 대한 증오를 표출한 조승희씨의 메모를 보면 그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마이클 웰너 뉴욕대학 정신병리학 교수는 대량살인이 우발 범행이 아니라 적어도 몇 달 또는 몇 년 쌓여온 분노와 ‘총기 난사 몽상’과 계획의 결과이며, 남성의 파괴충동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가 길러낸 미국적 폭력=대량살인은 연쇄살인이나 자살테러와 다르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연쇄살인자들이 범행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며 결코 잡히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량살인자들은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지만 ‘도망’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특이점이 있다. 제럴드 포스트 조지워싱턴대학 정신병리학 교수는 자살테러리스트들은 “세계를 구원한다”는 자기도취에서 행동하지만, 대량살인자들은 자신을 포함해 “세계를 끝장내겠다”는 심리에서 행동한다. 이런 데서 대량살인자들의 깊은 좌절과 분노를 읽을 수 있다. 현재로선 대량살인 충동이 어디서 비롯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사례 분석을 통해, “누적된 소외감·모욕감·욕구불만·좌절·분노 등을 스스로 통제하고 해소할 수 없는 어떤 사람의 경우 이런 충동을 발전시켜갈 수 있다”고 본다. 듀이 코넬 버지니아대학 임상정신병리학 교수는 “자신의 열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 기대치와 사회적 대우 사이의 강렬한 대비가 좌절감과 분노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소외를 심화시키는 사회가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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