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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쿠팡은 입을 막고 싶은건가

등록 2023-10-11 09:00수정 2023-10-11 09:43

쿠팡 본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쿠팡 본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프리즘] 이완 ㅣ 산업팀장

“피신청인(한겨레, 인터넷한겨레)은 쿠팡에 2억원을 지급한다.”

쿠팡이 지난달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서를 사무실로 보냈다. 대형 로펌 태평양이 작성한 ‘언론조정신청서’를 보면 무시무시하다. “너무나도 명백한 허위보도”(기사 1) “너무나도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바, 반드시 정정될 필요”(기사 2) “지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침소봉대”(기사 3). 심지어 “피신청인(한겨레신문)이 이 사건 기사들을 작성할 당시부터 신청인들(쿠팡)에 대한 악의를 가지고 신청인들을 비난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기사들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너무나도’ ‘지극히’ ‘심각한’ ‘악의를 가지고’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지적한 한겨레 기사들은 다음과 같다. “쿠팡 ‘납품가 후려치기’에 다국적 기업도 ‘발주중단’ 갈등”(기사 1) “‘800원 받으려 38㎏ 에어컨까지’…쿠팡의 ‘무조건 배송’ 사람 잡겠네”(기사 2) “14시간 노동 떠밀린 쿠팡 기사…물류차 늦는데 정시배송 압박”(기사 3)이다. 국내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선 쿠팡과 납품업체 간 ‘갑을 관계’나 쿠팡 ‘아침배송’의 이면을 취재한 기사였다. 물론 기사에는 쿠팡의 반론도 실렸다.

그럼에도 쿠팡이 발끈한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유통업계 지각변동을 이끌었다. 2021년 이마트의 매출액을 제쳤고, 2022년 아침배송 경쟁에 뛰어든 롯데도 손을 들게 했다. 한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막대한 자금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려워 보였던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쿠팡의 낮은 주가는 투자자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쿠팡은 2021년 미국 증시에 상장했는데, 현재 주가는 당시 공모가(35달러)의 절반인 17달러 수준이다. 주식투자 열기가 그때보다 못한 면도 있지만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은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결국 필요한 건 이익 창출. 쿠팡은 회원 멤버십 가격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고, 입점한 판매자가 내는 수수료 종류도 사실상 늘렸다. 배송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광고도 빛바랜 지 오래다. 다른 택배사들이 쉬는 날에도 쿠팡은 배송을 강행했다. 직원 수는 2020년 4만3402명에서 2021년 7만2763명으로 늘었다가 2022년 5만2551명으로 줄었다. 쿠팡 매출액은 감소하지 않았으니 일은 크게 줄지 않았을 터라, 정규직은 줄이고 간접고용은 확대한 것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이즈음 한겨레는 이런 기사를 썼다. “쿠팡 증거 안남는 ‘구두 계약’ 갑질했나…강제 광고비 논란”(2022년 8월17일) “쿠팡에서 비비고·햇반 못 산다…상품 발주 일방중단”(〃 11월30일) “쿠팡, 산재보험료 덜 내려 업종변경 시도하다 법원에 제동”(2023년 3월9일) “쿠팡, 지난해 직원 2만명 줄였다…대기업 가운데 감소폭 최대”(2023년 6월9일).

쿠팡과 같은 사업모델은 이미 미국에선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쿠팡이 사업모델로 삼는 아마존을 상대로 네번째 소송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생산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약탈적 가격정책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싸게 팔아 경쟁 업체들을 없앤 뒤 이제 다른 곳을 찾을 수 없게 된 소비자에게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다고 판단한다.

한겨레는 쿠팡의 손해배상 청구 뒤에도 “쿠팡, 전치 2주 직원에 ‘언론누설 금지’ 각서 내밀었다”(2023년 9월25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쿠팡이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다친 노동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하기 전에 언론 등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요구했다는 증언을 담았다. 쿠팡은 언론과 노동자의 ‘입’을 막고 싶은 건가.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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