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오락물인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를 기다리는 게임기와 상품권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도박공화국 의혹의 바다]
업체 대표가 말하는 상품권 ‘복마전’ 실상
업체 대표가 말하는 상품권 ‘복마전’ 실상
“처음에는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을 받는 게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한참 뒤에 몇몇 선발 업체들이 역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을 듣고서야 무슨 일이 있었던지 이해가 됐죠.”
지난해 8월 상품권 지정제도가 시행된 뒤 여섯달 남짓 기다린 끝에 겨우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을 받은 한 상품권 업체 임원 ㅅ씨는 “정치권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업체들의 로비가 없다고 가정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상품권 업계에서 계속 이어져 왔다”고 털어놨다.
실사나와서 “문턱 높다” 어처구니없는 트집 나중에야 “선발업체 로비 있었다” 얘기 들어
조직폭력배가 오락실 상품권 공급 ‘쥐락펴락’ 장당 얼마씩 건네주고 유통시키는 지역 많아
ㅅ씨는 지난해 다른 여러 업체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상품권 지정 신청을 냈다. 다른 업체들은 모두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실사를 받느라 바빴지만, ㅅ씨의 회사 실사는 두세달 동안 마냥 미뤄졌다고 한다. 한참 기다린 끝에 실사를 받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어처구니없는 지적을 하며 보완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지적된 내용은 ‘사무실 복도 폭이 좁다’, ‘문턱이 너무 높다’는 따위의 내용이었다. 지적을 받으면 이를 보완해 다시 실사를 받는 데 한달씩 걸렸다.
여섯달 이상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ㅅ씨의 업체도 경품용 상품권 지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발행한도는 선발 업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ㅅ씨는 “다만 몇달이라도 후발 업체들의 진입을 막으면 선발 업체들은 그동안 엄청난 독점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지정을 받고 나서야 후발 업체 진입을 막기 위한 역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ㅅ씨는 구체적 언급은 회피했지만, 자신의 업체도 로비를 벌였음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지정을 받는다고 곧바로 돈벼락을 맞는 것도 아니었다. 성인오락실에 상품권을 유통시키려면 곳곳마다 진을 치고 있는 깡패들과 마주쳐야 한다. 조직폭력배나 지역 건달들이 자기들 구역의 오락실에 들어가는 상품권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거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조건에 상품권을 공급해주겠다고 해도 성인오락실 업주들이 거들떠보지 않는다. 다른 상품권을 썼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상품권 업체의 영업담당 간부 ㅇ씨는 “어쩔 수 없이 장당 얼마씩 조직폭력배한테 주기로 하고 상품권을 유통시켜야 하는 지역이 많다”며 “지정받을 때에는 윗선을 찾아 죽기살기 로비에 나서야 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때에는 오락실의 상품권 시장을 장악한 조폭과 손잡아야 하는 게 상품권 사업”이라고 말했다.
상품권은 원래 오락기에서 한 번 배출되면 발급업체로 돌아가 폐기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상품권이 폐기돼야 새로 상품권을 발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성인오락실들은 상품권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고, 소득세 납부의 근거가 되는 상품권 대장을 조작하기 위해 상품권을 여러 차례 오락기에 넣는다. 업계에서는 오락실 업주들이 상품권 1장을 평균 5차례 정도 돌려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ㅇ씨는 “대도시는 그나마 단속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재사용이 덜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상품권이 새까맣게 변하도록 돌려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조직폭력배가 오락실 상품권 공급 ‘쥐락펴락’ 장당 얼마씩 건네주고 유통시키는 지역 많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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