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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황우석 사태’의 미제사건 ‘난자 잔혹사’

등록 2006-11-28 18:36

2050 여성살이 /

소위 ‘황우석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 황우석씨는 교수직에서 파면되었고 핵심 연구진들은 2~3개월의 정직만을 받고 복직된 상태에서 뒤늦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황우석 연구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난자 채취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었고, 시술을 받은 여성들의 사후 건강관리도 엉망이었다는 것이 그 요지인 것 같다.

생명공학이라는 최첨단 과학을 내세워 국가브랜드를 높여보겠다는 의욕이 고작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새마을운동과 한치도 다를 바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이 아찔하기만 하다. ‘신새마을운동’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특히나 그 연구를 가능하게 했던 공로자이면서도 피해 경험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은, 바로 난자를 제공했던 여성들이다. 미즈메디 병원이나 서울대, 정부 모두 빠져나갈 구멍만 찾다 보니까 난자 채취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여성 건강권의 문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사소하게 치부되고 있다.

줄기세포 열풍이 불어닥쳤던 그 때나 잠잠해진 지금이나 우리는 난자 채취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에 주의를 기울여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론들이 온갖 시각자료를 동원해 국민의 생명공학적 상식을 업그레이드시켰을 때도 정작 배란 직전의 난자를 얻으려고 여성들의 몸에 어떤 일이 가해지는지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호르몬을 투여받고 생식기를 통한 검사를 감내해야 하며, 쇠젓가락 굵기의 긴 바늘로 난소가 찔리는 아픔을 겪는 몸의 경험은 그다지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번 시술할 때 열 개 정도의 난자를 채취하다 과배란증후군을 앓는 여성이 있었다는 것도, 시술 때문에 불임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도 국가차원의 프로젝트에서 응당 치러야할 대가로 치부해버리지 않았던가?

몇몇 유명인사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한다며 난자 기증 열풍을 주도했던 것까지 기억하다 보니까, 차라리 황우석 연구팀이 실패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국가가 잘살아보자는 일에 그깟 난자 기증이 대수냐”며 여성 몸을 전유하는 광풍을 어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 광풍의 징후가 바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연구원들의 ‘난자 공여’다. 국가적 위신이 걸려있는 데다 시급을 다투는 중요한 일에 ‘기여’하라는 암묵적이지만 노골적인 요구를 모른 척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황우석 사태’를 염려하는 것은 국가발전에 훼방을 놓으려는 속셈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국가 발전이란 ‘그깟 것’으로 치부 되는 단 한 사람의 권리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찬찬히 살피자는 것이다. 난자 제공 여성들의 피해 경험을 드러내고 그 책임을 명백히 묻는 일을 지금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난자와 정자도 ‘그깟 것’으로 취급되며 언제든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 있다. 그때 버려지는 것은 난자만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지 않는가.

정박미경/ 자유기고가 chaos4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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