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 김경문 감독-선동열 수석코치
대학때 같은 방…26년간 얽히고 설킨 인연
대학때 같은 방…26년간 얽히고 설킨 인연
스포츠 창 /
기막힌 인연이다.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과 수석코치로 나란히 선임된 김경문(49) 두산 감독과 선동열(44) 삼성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둘의 인연은 26년 전인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8학번인 김 감독이 고려대 4학년 때 선 감독이 신입생으로 들어왔다. 1~4학년이 한명씩 네명이 쓰는 숙소에서 김 감독은 ‘방장’이었고, 선 감독은 ‘방졸’이었다. 학년은 3년 차이였지만 김 감독이 1년 유급했고, 선 감독은 생일이 빨라 다섯살이나 나이 차이가 났다. 하지만 둘은 똑같이 여드름으로 고생했고, 서울 용산의 피부과에 같이 다닐 정도로 잘 어울렸다.
현역시절 둘의 명성은 엇갈렸다. 선 감독은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혔지만, 김 감독은 태극마크 한번 달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둘의 인연은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어졌다. 2003년 시즌이 끝날 무렵, 선동열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은 두산 감독으로 내정됐다. 이 때문에 당시 김인식 두산 감독은 스스로 물러났다. 그런데 두산은 선 감독과의 협상이 틀어지자, 김경문 배터리 코치를 감독으로 내부 승격시켰다. 본의 아니게 후배가 선배에게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3년여가 흘러 ‘역사’는 반복됐다. 이번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서 선 감독은 감독직을 고사했고, 결국 프로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의 영예를 안았다.
둘은 프로야구 감독으로서도 잘 나가고 있다. 2005년에는 한국시리즈 패권을 놓고 맞붙기도 했다. 두 감독을 이름에서 따와 해(SUN)와 달(MOON)로 부르기도 한다. 현역시절 포지션도 투수와 포수다. 둘의 기막힌 인연처럼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찰떡궁합’을 빚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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