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 연합뉴스
세계1위 등극 앞두고 ‘흔들리는 품질신화’
지난 20일 일본 도쿄도내 호텔 도요타자동차의 기자회견장. 세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도요타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이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최근 도요타의 자동차 결함 은폐 의혹이 불거져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도 아랑곳않고 ‘뻣뻣한’ 태도를 보이던 도요타가 마침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세를 낮춘 것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그는 이어 “품질과 안전성에 엄중한 지적을 받고 있다”며 도요타차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음을 인정한 뒤 “‘품질의 도요타’의 신뢰를 조기에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자리를 함께 한 품질담당 부사장 도요다 아키오는 “고객을 불안케 해 메이커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도요타 경영진의 이런 모습은 지난 11일 구마모토현 경찰당국이 다목적실용차(RV) ‘하이럭스 서프’의 결함 은폐 의혹을 제기했을 때와는 판이하다. 당시 경찰은 도요타가 1995~96년 핸들 움직임을 앞바퀴에 전달하는 조향장치의 강도 부족을 파악하고도 8년 동안 방치해 사고를 낳았다며, 도요타의 역대 품질담당 부장 3명을 업무상과실상해 혐의로 검찰에 서류송치했다. 2004년 5월 5명의 부상자를 낸 교통사고를 조사해온 경찰은, 사고 발생 뒤 도요타가 문제의 부품을 개량부품으로 바꾼 것을 그 증거로 들었다.
도요타는 리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 방치한 게 아니라고 즉각 반발했다. 자사의 잘못이나 책임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교통성이 나서고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자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도요타는 20일 사죄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토교통성에는 결함 정보의 관리와 각 부문간의 정보공유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또 도요타는 사고 뒤인 2004년 10월 이 차량에 대한 리콜 신청을 할 때 결함이 11건이라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82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성은 21일 도요타 관계자들을 불러 정보 공유와 부서간 연계가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개선지시를 내렸다. 도요타는 은폐가 아닌 내부 시스템 미비를 시인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매듭지으려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도요타 경영진의 ‘늑장사죄’ 등 안이한 대응으로 실추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찰도 수사와 국토교통성 처분과는 별개라며 단호한 모습이다.
2003년 이후 도요타 리콜 갈수록 급증… 올해 벌써 100만대 넘어
게다가 최근 리콜 급증은 도요타의 품질경영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5년전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도요타의 리콜 대수는 2003년부터 급증했다. 2004년과 지난해는 180만대 이상이었고, 올해도 7월20일 기준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2004년 미쓰비시자동차가 리콜 은폐 사건으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은 이후 혼다와 닛산 등 경쟁업체들의 리콜이 소폭 감소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들 업체의 리콜 대수는 품질경영을 자랑하는 도요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2003년 이후 매년 50만대 판매 증가 등 급속한 사업 확대 △해외생산 급증 △복수기종 부품공통화 등 비용절감으로 품질경영이 뒷전에 밀린 때문이라는 점을 도요타 경영진도 인정한다. 일부에선 미쓰비시 사건이 터지기 이전 도요타에선 리콜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와타나베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품질개선 조직을 신설하고, 지난 6월에는 품질보증 담당 부사장을 2명으로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작업장 안전에도 구멍이 뚫려 계열 부품업체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지난해 20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도요타의 ‘박수부대’ 언론들도 “잇단 쓴소리” 그동안 도요타의 ‘박수부대’ 구실을 해왔던 일본 언론들도 도요타가 고개를 숙이자, 잇따라 쓴소리를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흔들리는 도요타의 신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칭찬받는 것밖에 알지 못하던 우등생이 갑자기 역풍을 만나 쩔쩔매는 꼴”이라며, “도요타가 최대의 무기인 품질에 불안이 생긴 만큼 성공에 취해 교만하지 말고 물건 만들기의 원점으로 돌아가 신뢰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와타나베 사장의 사죄도 너무 늦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도요타의 세계적 신뢰와 평가를 지키기 위해 공개해야 할 정보는 공개하고 설명해야 할 사안은 정중하게 설명한 뒤, 겸허하게 업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도 24일 여기에 동참했고, 경제 주간지들도 무너진 도요타의 품질신화를 해부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한겨레>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도요타 노동자들이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도요타 제공
게다가 최근 리콜 급증은 도요타의 품질경영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5년전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도요타의 리콜 대수는 2003년부터 급증했다. 2004년과 지난해는 180만대 이상이었고, 올해도 7월20일 기준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2004년 미쓰비시자동차가 리콜 은폐 사건으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은 이후 혼다와 닛산 등 경쟁업체들의 리콜이 소폭 감소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들 업체의 리콜 대수는 품질경영을 자랑하는 도요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2003년 이후 매년 50만대 판매 증가 등 급속한 사업 확대 △해외생산 급증 △복수기종 부품공통화 등 비용절감으로 품질경영이 뒷전에 밀린 때문이라는 점을 도요타 경영진도 인정한다. 일부에선 미쓰비시 사건이 터지기 이전 도요타에선 리콜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와타나베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품질개선 조직을 신설하고, 지난 6월에는 품질보증 담당 부사장을 2명으로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작업장 안전에도 구멍이 뚫려 계열 부품업체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지난해 20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도요타의 ‘박수부대’ 언론들도 “잇단 쓴소리” 그동안 도요타의 ‘박수부대’ 구실을 해왔던 일본 언론들도 도요타가 고개를 숙이자, 잇따라 쓴소리를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흔들리는 도요타의 신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칭찬받는 것밖에 알지 못하던 우등생이 갑자기 역풍을 만나 쩔쩔매는 꼴”이라며, “도요타가 최대의 무기인 품질에 불안이 생긴 만큼 성공에 취해 교만하지 말고 물건 만들기의 원점으로 돌아가 신뢰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와타나베 사장의 사죄도 너무 늦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도요타의 세계적 신뢰와 평가를 지키기 위해 공개해야 할 정보는 공개하고 설명해야 할 사안은 정중하게 설명한 뒤, 겸허하게 업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도 24일 여기에 동참했고, 경제 주간지들도 무너진 도요타의 품질신화를 해부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한겨레>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