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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근혜의 ‘소모품들’ 민정수석 6인의 역사 총정리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6-12-16 15:28수정 2022-08-19 16:10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 행사하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박근혜 정부 전임 민정수석 5명중 4명 임기 1년도 안돼

첫번째 민정수석은 곽상도…검찰조직 장악못해 경질
그뒤 김기춘 비서실장의 꼭두각시들 연이어 임명
‘리틀 김기춘’우병우 수석, 2년 가까이 근무 ‘장수’
최순실 게이트 터진 뒤 ‘반신반인’최재경 영입했지만
한 달도 못 버텨…돌고돌아 ‘진박’조대환 수석으로
홍경식
홍경식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직무가 정지되는 저녁 7시를 3분 앞두고, 그동안 보류해왔던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뒤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으로 임명했습니다. 새 민정수석이 탄핵 심판을 결정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사법연수원 13기 동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 민정수석이 헌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탄핵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도대체 민정수석은 어떤 자리이기에 박 대통령이 촉박하게 새 민정수석을 임명한 걸까요? 민정수석은 대통령비서실 산하 10개 수석비서관 가운데 하나입니다. ‘백성의 뜻을 살핀다’는 뜻의 민정(民情)은, 말 그대로 보면 국민의 여론 등을 파악하는 업무를 뜻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 직속 감찰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릅니다.

민정수석은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대통령과 법무장관, 검찰총장 사이에서 양자를 조율하고 필요에 따라 대통령의 뜻을 행사합니다. 이전 정권에서 대다수의 민정수석이 검사 출신인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심지어 민정수석은 정부 고위 인사들의 인사권까지 쥐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은 마음만 먹는다면, 사정권과 인사권을 쥐고 검찰의 수사도 흔들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니 대통령에게도 가장 중요한 비서관이겠지요?

이쯤되니 궁금해집니다. 그 중요한 자리에 박근혜 정부는 어떤 사람들을 앉혀 왔을까요? <한겨레>가 박근혜 정부 4년의 민정수석 6인을 정리했습니다.

■ 민정수석 1기 곽상도: ‘친박’으로 정권 출발

박근혜 정부의 첫 민정수석은 곽상도 변호사였습니다. 곽 변호사는 특별수사로 잔뼈가 굵은 검사(사법시험 25회) 출신으로 대구에서 태어나 성균관대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2009년 검찰을 떠나,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김영한
김영한

하지만 곽 민정수석은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됩니다. 사실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 가운데 우병우 민정수석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습니다. 곽 민정수석이 경질된 결정적 이유는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였습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기소했는데, 유죄가 선고될 경우 박근혜 정부에 흠집이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곽 민정수석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과도 사이가 좋지 않아 청와대에서 ‘검찰 소식통’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곽 민정수석을 내친 거지요.

이렇게 보면, 곽 민정수석은 검찰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무기력하게 퇴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곽 민정수석이 물러나고 한 달 뒤, 곽 민정수석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부단히 싸워왔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만든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 보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채 총장 아들의 신원을 조회한 사람이 누구인지 최종 기획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의혹의 끝은 민정수석실을 가리켰습니다. 특히 곽 민정수석과 당시 보도를 주도한 <조선일보> 강효상 전 편집국장(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구 대건고 동문이기 때문에 의혹의 눈길은 더 커졌습니다.

민정수석실 ‘채군 조회’ 드러나…채동욱 찍어내기 주도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조기룡)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파견 근무 중이던 김아무개 경정이 지난해 6월25일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를 찾아가 채군의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청와대 파견 경찰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캐고 다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 전 총장의 ‘뒷조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박지원(72) 민주당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채 전 총장에 대한 불법사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게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채 총장한테 혼외아들이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해 9월7일께 대검찰청에 전화를 걸어 채 전 총장과 혼외 아들의 어머니라는 임아무개(55)씨, 채군의 혈액형을 들이대며 채 전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미 채 전 총장과 채군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곽 민정수석은 지금 뭘 하고 있냐고요? 2015년 3월 ‘낙하산’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내려 앉았다가, ‘새누리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친박을 넘어 ‘진박’으로 분류되는 그는, 최근 강하게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해 다시 한번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 관련 반론보도문

이 기사에 대해 곽 전 민정수석은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기소’는 수사기관으로서의 실체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해당 사안과 곽 전 수석의 인사조치는 전혀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곽 전 민정수석은 재직 시절 검찰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검찰 소식통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검찰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곽 전 수석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은 정당한 업무상 감찰 활동이었음이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고,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가 보도된 시점에 이미 민정수석을 그만둔 상태였음을 물론, <조선일보> 강효상 전 편집국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채동욱 혼외자 문제에 대해 곽 전 수석과 그 문제로 통화하거나 만나거나 대화한 적 없다”(<미디어오늘> 인터뷰)고 밝힌 바 있음을 알려왔습니다.

■ 민정수석 2기 홍경식·김영한: 김기춘 실장의 꼭두각시들

두 번째 세 번째 민정수석은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과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이었습니다. 두 사람 다 대검 강력부장과 대검 공안 1·3과장 등을 거친 ‘공안통’이었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공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발탁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역시 1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재경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재경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민정수석은 자리에 머무는 동안 잡음이 외부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실세는 2013년 8월 비서실장에 임명된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었기 때문입니다. 홍 민정수석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온 김기춘 비서실장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실장은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당·정·청을 모두 장악해 ‘왕실장’, ‘부통령’, ‘기춘대원군’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됩니다. 반면 두 민정수석은 김 실장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됩니다.

김영한 민정수석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건 퇴임 무렵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세계일보>의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보도였습니다. 세간에 비선실세라는 소문이 퍼져 있던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겁니다. 박 대통령은 의혹은 “찌라시에 나오는 이야기”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되레 문서 유출 경위를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요. (한 눈에 딱 들어오는 ‘정윤회 파문’ 총정리)

■ 민정수석의 항명 그리고 업무일지

검찰의 수사는 급속히 ‘청와대 문서유출’로 기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청와대 특별감찰을 지휘하는 등 사태 수습과정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췄습니다. 반면 김영한 민정수석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죠. 이후 우병우 비서관은 상관인 김영한 민정수석을 제치고 김기춘 실장에게 직보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되기 시작한 김영한 민정수석은 2015년 1월 김기춘 실장의 국회 출석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민정수석 자리에서 사퇴했습니다. 그 후임이 바로 우병우 민정수석입니다.

2015년 1월 자리에서 물러난 김영한 민정수석은 올해 8월 간암으로 숨졌습니다. 그의 죽음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김 전 수석의 어머니 인터뷰 때문입니다. 김 전 수석의 어머니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아들의 죽음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당시 비서관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기춘 지시 빼곡…청와대가 괴로웠던 아들의 마지막 기록)

김영한 민정수석은 다이어리를 남겼습니다. 이 다이어리에는 8개월 간의 청와대 생활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사실상 업무일지입니다. 통진당 해산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까지 김기춘 실장의 입김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민정수석 3기 ‘리틀 김기춘’ 우병우 권력 실세로 부상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요구는 취임 한달 째인 2013년 9월부터 계속됐습니다. 중간중간 총리후보 낙마 등 인사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정쇄신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비서진을 전면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을 포기하지 못했고, 김 실장 역시 꿋꿋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김 실장은 2015년 1월 우병우 비서관을 민정수석에 앉히고서야 사의를 표명합니다. 그리고 우 민정수석은 김 실장의 빈 자리를 메우며 권력 실세가 됐습니다.

조대환
조대환

우병우 수석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검찰 내부에선 ‘인사 명단은 우 수석이 만들고, 법무부는 자료만 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습니다. 특히 정치인과 경제인 등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줄곧 우 수석의 측근들로 포진됐습니다. ‘우병우 사단’이라는 말이 돌 정도 였지요.

20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우병우.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물 먹인’ 건 박근혜 정부였습니다. 그는 2013년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고 검사복을 벗어야 했지요. 그랬던 사람이 1년 남짓만에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하고, 2년 뒤엔 민정수석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시 우병우 수석이 누구의 끈을 잡고 청와대에 입성했는지 여러 추측이 제기됐지만,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끈’이 밝혀진 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입니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최근 검찰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이 되기 전 그의 장모인 김장자씨가 최순실과 골프 회동을 했다”고 밝힌 겁니다. (우병우 장모·최순실, 차은택 골프 회동도 사실로 드러나) 우 수석은 ‘권력서열 1위’ 최순실의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우 수석은 박근혜-최순실-문고리3인방이 자신들의 ‘이너 서클’에 끼워준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단독] ‘남편’ 최순실, ‘아내’ 박근혜, ‘사촌’ 문고리 3인방)

우 수석의 청와대 생활은 본인에게 꽤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우 수석은 자신의 끊임없는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거든요.

‘박근혜 순장조’ 우병우, 오만한 완장의 부메랑

청와대 내에서 우 수석의 입지를 짐작할 만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우 수석 차출론이 한때 정가의 이슈로 떠올랐다. 그가 경북 영주로 출마한다거나, 영주에서 텃밭을 다져온 검찰 선배 최교일(경북 영주·문경·예천) 의원에게 예우를 갖추느라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우 수석을 잘 아는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당시 기자를 만나 “우 수석은 대통령 임기 끝까지 청와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싶은 생각이다. 국정을 보좌하며 쥐고 있는 권력과 그에 따른 성취감에 만족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우 수석을 박근혜 정부의 ‘순장조’로 분류하기도 한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우석대 교수는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이란 책에서 ‘순장조’란 표현의 저작권을 언급하며 “순장조는 순장할 각오로 끝까지 대통령을 모신다는 뜻으로, 여기서 ‘끝까지’는 퇴임 이후를 말한다”고 쓴 바 있다.

최순실이라는 호랑이에 올라 타 권력을 잡는데 성공한 그. 하지만 최순실과 함께 그의 권력도 끝이 나는 듯 합니다. 처음 언론에 보도된 우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부당 거래 의혹은, ‘진경준-넥슨’ 커넥션의 불똥 정도로 보였습니다. 아주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후 보도된 온갖 의혹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돕니다. 의혹은 끝이 없어 누리꾼들은 그에게 ‘양파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지요. (▶이것만 보면 다 안다, 최순실 게이트 총정리)

우병우 수석에 대한 비판과 의혹을 열거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굵직하게 생각나는 것만 이 정도입니다.

1. 처가 땅 매매에 관여: 우 수석이 자신의 지위와 친분관계를 악용해 처가에 넥슨으로 하여금 처가의 땅을 사도록 했다는 의혹 (넥슨, 수상한 강남땅 매입...우병우 처가 ’가산세 폭탄’ 면해)

2.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 개인의 재산을 줄여 탈세를 하고, 2억원대 법인 차량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단독] 우병우, ‘재산공개’ 민정비서관 발탁되자 외제차 팔았다)

3. 의경아들 ‘꽃보직’ 변경 특혜: 우 수석의 아들이 의경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서울청으로 전출되는데 압력을 행사한 의혹 ([단독] 우병우 수석 아들 ‘의경 꽃보직’ 특혜 논란)

4. 진경준 전 검사장 인사 검증 부실: 자기 사람을 검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인사 검증을 대충했거나 알고도 묵인한 의혹

5. 처가의 화성 땅 차명 보유 의혹: 차명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 ([단독] 경찰도 우병우 처가 화성땅 차명보유 의혹 수사)

결국 지난 8월 우 수석의 각종 의혹을 조사해 온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종료하고 검찰에 정식 수사를 요청합니다. 혐의는 직권남용과 횡령·배임 혐의였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관련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우 수석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실제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배당조차 하지 못하고 쩔쩔맸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토록 우 수석을 싸고 도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죠.

결국 우 수석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박 대통령이 코너 끝까지 몰리고서야 교체됩니다.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언론에 공개되고, 최씨가 연설문 등 국가의 중요 문서를 받아본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뒤의 일입니다. 박 대통령은 10월 30일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우병우 수석과 문고리 3인방을 경질했습니다.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 사진 연합뉴스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 사진 연합뉴스

우 수석은 경질 일주일 만에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민정수석 옷을 벗고서야 검찰에 나온 겁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 역시 ‘황제 소환’ 논란을 빚었습니다. 출두 때 포토라인에 선뒤 질문하는 기자를 매섭게 째려보고,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수사팀장을 만나 차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수사 검사와 수사관 앞에서 팔짱끼고 웃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죠. (우병우는 팔짱끼고 수사검사는 ‘배꼽에 손’) 결국 검찰은 우 수석과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특검으로 수사를 넘겼습니다.

우 수석은 최근엔 청문회 출석을 피하기 위해 ‘출석 요구서’를 받지않고 잠적했다가, 국민들의 끈질긴 추격에 결국 22일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했습니다. (영상분석·잠복까지…누리꾼 ‘우병우를 잡아라’)

■ 민정수석 4기 ‘인격 갖춘 우병우’ 최재경 등장

박 대통령이 선택한 5번째 민정수석은 최고의 전관 변호사 ‘최재경’이었습니다. 최측근 참모진을 교체한 뒤 맨 처음으로 임명한 자리가 바로 민정수석 자리였죠. 미르과 K스포츠 강제모금과 국정농단 의혹의 끝이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반드시 검찰을 장악해야 했을 겁니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그래서 최재경 민정수석이었습니다.

최재경
최재경

최 수석은 검찰 재직 시절 뛰어난 수사능력과 판단력으로 후배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습니다. 젊은 시절 강직한 수사와 밤을 새우는 고된 강행군에도 후배들을 향한 인간적 면모를 잃지 않아 내부적으로도 신망을 얻었다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그는 ‘반인반신’ 이었지요.

‘전설의 특수통’은 ‘의뢰인 박근혜’를 구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권에서 민정수석 자리를 주고받은 ‘검사 우병우와 최재경’은 탁월한 수사검사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곧잘 다음과 같이 비교됐다. “우병우가 어떤 사람인가. 당대 칼잡이다. 거기서 인격을 조금 더하면 최재경이 된다.”(한 부장검사) ‘우병우+인격=최재경’이라는 얘기다. (중략)

검찰을 떠난 그는 한동안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대형로펌의 영입 대상 1호였지만 퇴직 10개월 만에야 서울 삼성동에 작은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퇴직 직후부터 ‘전관’ 약발을 활용해 거액을 챙기는 보통의 판검사 출신 변호사와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그가 공직에 돌아갈 뜻을 품고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온 이유이기도 했다.

비선 실세에 의존한 국정수행과 재단을 통한 ‘대기업 삥뜯기’로 검찰의 칼끝이 자신의 턱밑을 겨냥하던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당대 최고의 특수통 검사’를 법률 참모로 들인 것이다. 이건 단순히 박 대통령이 최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최재경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검찰 특수라인에 드리운 그림자는 넓고 짙다.

최 변호사가 민정수석직을 수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조계 모두가 놀랐습니다. 굳이 침몰하는 배에 동승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 민정수석의 당시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잘 컨트롤하면 청와대를 정상화 시킬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인반신’ 최 민정수석도 검찰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90%가 넘는 국민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공모했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사건을 덮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검찰은 최순실씨를 기소하며 박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적시했고,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에 ‘피의자’가 됐습니다. (검찰, 박근혜 대통령 ‘주범’ 주목)

10월31일 임명된 최 민정수석은 한 달도 채 안된 11월 23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검찰총장 해임 혹은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요구해 민정수석 등이 항명한 것이라는 겁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건을 수습하려면 일단 기본 전제가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며 “근데 박 대통령이 자신(최 민정수석)의 말을 안들어주는데 무슨 수습이 되겠는가”라고 최 수석의 사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찌보면 최 수석은 박근혜 정권에서 일하기엔 너무 ‘정상적인 사람’ 이었던 겁니다.

■ 민정수석 5기 돌고 돌아 ‘골수 친박’ 조대환

최 민정수석의 사표를 들고 있던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9일 최 수석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그리고 6번째 민정수석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만 남은 상황에서 박한철 헌재소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 조 민정수석이 헌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표 제출로 사실상 ‘학업의 뜻을 접은’ 최재경 당시 민정수석 교체는 불가피했을 겁니다. 결국 박 대통령과 가장 ‘결’이 비슷한 사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으로 낙점했습니다.

우병우
우병우

조대환 민정수석의 별명은 ‘세월호 특조위 훼방꾼’ 입니다.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그는 특조위 해체 등을 주장하며 ‘결근 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근 투쟁 중에는 “공연히 존재하지도 않는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민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며 “특조위는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메일을 특조위 위원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새 민정수석에 ‘세월호 특조위 훼방꾼’ 조대환)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은 세월호 7시간 입니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도 박 대통령의 세월호 대응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조 수석의 임명은 이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조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유난히 민정수석 임기가 짧은 박근혜 정부. 조 신임수석은 얼마나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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