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리는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것처럼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기 인생에 대해 어떤 확신도 없이 그저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살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 다 유치원 다니고 초등학교 다니니까 당연하다는 듯 자기도 따라가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도 그렇게 따라가고 결혼까지도 남...
인내를 키운다는 말은 무감각해지거나 무력감에 굴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잇달아 펼쳐지는 사건을 통제할 힘이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하는 것을 뜻한다. 인내는 삶의 폭풍우 한복판에 있는 평온한 알아차림으로, 역경에 처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이 특성은 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평정심과...
춘성은 생전에 서랍이든, 문이든 잠그지 않고 지냈다. 그것이 걱정이 되었던 상좌 하나가 춘성에게 물었다. "스님, 그래도 잠궈야죠.""야! 이놈아 내가 애비, 에미 다 버리고 절에 들어와서 중이 되었는데, 무엇이 그리 중요한 게 있다고 잠그냐."이렇게 춘성은 방문이고, 서랍의 문을 잠그지 않고 ...
아이를 훈육할 때 서두르면 나중에 후회하기 쉽다. 훈육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생각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너무나 많은 것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지, 그래서 아이가 잘못을 깨달을 수 있을지 스스로 가만히 물어보아야 한다. 만약 아이의 마음을 얻는다면, 그건 이미 이긴 싸움...
생각이 고결하고,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우리 앞길을 가로막을 것이 없다는 말이 내 혼 깊숙한 곳에 스며든다. 삶의 힘겨움은 경탄하는 능력을 잃은 데서 비롯된다는 오랜 생각을 재확인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될 때 삶의 권태가 찾아온다. 사람들은 권태와의 불유쾌한 만남을 회피하려고 분...
아무리 좋은 일도 일 없는 것만 못하다삶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나무 가지를 잘라내듯 우리의 삶에도 가지치기는 있어야 한다. 어떤 작가는 감나무는 스스로 가지치기를 한다고 노래했다. 나무도 자기욕심을 다룰 줄 아는 까닭이다.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에 의해 가지치기를 당하기 마련인 것이 ...
찬하는 자신의 염원을 형이 가로지를 것을 예기치 못했으며 윤국은 자신과 양현이 앞에 홀연히 나타날 송영광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들 네 사람뿐만 아니라 명희나 양현에게도 그들에게 허용된 시간의 짜임새는 실로 기기묘묘하면서도 잔혹했다 할밖에. 그러나 인생이란 겨울 햇볕과도 같이, 쏟아지는 폭설과도 같이,...
‘잘 팔리는 것이 정의’인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큰 의미도 없는 건강기구나 화장품을 어떻게 꾸며놓아야 대량으로 팔 수 있을지 궁리하는 기업들의 의지만이 뜨거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을 사지 않을 줄 아는 센스,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버리는 기술, 정보 수집 능력이 아닌 정보 차단 능...
가령 문학, 혹은 소설 같은 데에는 천사처럼 아름다운 악마가 있고 보기에 몰골은 흉측하지만 부처 같은 사람도 있는데, 물론 실제에도 그런 경우는 허다하지만, 그러니까 잘나고 못나고, 병신이거나 사대육신이 멀쩡하다는 것은 형태가 지난 숙명이다. 그러나 그 원래 형태에서 번져나오는 것, 번져나옴으로써 세월의 ...
단순소박함복음서에서 옛님이 하신 첫 말씀 가운데 하나는 "마음이 단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면, 질병과 가난, 배고픔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진 것 없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고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 떼제에 살든 다른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든 우리 형제...
한 개인의 삶은 객관적인 것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행이나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모호한가. 가령 땀흘리고 일하다 시장해진 사람이 우거짓국에 밥 한술 말아먹는 순간 혀끝에 느껴지는 것은 바로 황홀한 행복감이다. 한편 산해진미를 눈앞에 두고도 입맛이 없는 사람은 혀끝에 느껴지는 황홀감을...
해안선을 따라서 난 신작로말고는 거의 평지라고는 없는 이 고장, 부자들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건 빈자들의 오막살이건 모두 다 산비탈에 뻗치고 있었다. 그 산비탈에 등불들이 나돋아서 부자 빈자 구별 없이 아름다웠다. 옛날, 일개 편벽의 갯촌이었고 고성군에 달린 관방에 불과했던 이 고장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