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은 ‘35살 이상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여야 한다. 법으론 그렇지만 현실에선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키가 크고, 중년 나이에, 이성애자이며, 백인인 개신교도 남성이어야 한다는 게 오랜 불문율이었다. 1960년 가톨릭 신자인 존 케네디가 당선하면서 종교의 벽은 조금 무너졌다. 그러나 70살이 넘은 ...
초대 대법원장을 맡아 9년3개월 동안 재임한 가인 김병로(1887~1964)는 일제 말기 독립 운동이 어려워지자 10년 동안 농촌에서 농사짓고 닭 키우며 지내다 광복을 맞았다. 건국 과정에서는 분단에 맞서 좌우합작을 추진했고, ‘체감매상 무상분배’를 통한 토지개혁을 외친 소신파였다. 무엇보다 그는 소임을 다한 사법부...
실력이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대학에 가지 않고 곧바로 프로선수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더 기량을 닦고 학위를 얻기보다는 그 시간에 프로선수로 뛰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포기해야 할 프로선수 생활처럼, 어떤 일을 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할 다른 일의 경제적 ...
로마자 알파벳의 스물네번째 글자인 엑스(X)는 그리스 알파벳에 처음 등장한다. 발음이 크히(chi)로 그리스도의 첫 발음과 같아서 크리스마스를 ‘X-mas’라고 쓰기도 한다. 서기 1세기 무렵엔 엑스와 비슷한 만(卍)자 기호가 기독교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엑스가 ‘미지의 것’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철학...
조선시대 관직은 정1품에서 종9품까지 18품계에다 종6품 이상은 품계마다 상·하가 있어 모두 30단계였다. 삼정승이 정1품, 의정부 찬성이 종1품, 의정부 참찬과 6조의 판서, 대제학과 판윤은 정2품이었다. 참판과 대사헌, 관찰사, 부윤 등은 종2품, 참의, 대사간, 승지 등은 정3품 가운데 ‘상’의 벼슬이었다. 정2품 이...
이중환의 에는 “임진나루 건너 장단을 지나 서쪽으로 40리 가면 개성부가 있다”고 쓰여 있다. 서울에서 아주 가깝다는 얘기다. 옛 이름은 청목령(靑木嶺)이다. 오늘날의 지명은 신라가 고구려한테 이 지역을 빼앗아 옛 행정구역을 송악군과 개성군으로 개편한 것이 뿌리다. 고려의 도읍지로서 개성은 가구 수가 10만~13...
댄 브라운의 소설 에서 박물관장 자크 소니에르는 피습당해 숨지기 직전 자신의 몸을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도’처럼 눕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리라는 암호다. 비트루비우스는 기원전 1세기의 건축가로 이란 책에서 ‘자연이 빚은 인체비례’를 설명했다. 이를 재발견해 다빈치가 그린 그 인체도에는 “턱 끝에서 ...
할리우드 영화 〈디프 임팩트〉처럼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를 들이박는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는 1910년 미국에서 만든 11분짜리 〈혜성〉이 원조다. 핼리혜성이 76년 만에 지구를 다시 찾은 해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핼리가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 충돌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해 지구인들은 지구가 망하...
올해는 1905년 을사늑약이 맺어진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을사년 그해 대한제국은 일제에 외교권을 박탈당해 사실상 국권을 잃었다. 어원 연구가들은 그 해의 황량하고 암울했던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으로 남았다고 한다. 이처럼 특정 연도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이나 무의식에 뚜렷이 새겨지는...
오늘날 미국 뉴욕에 가장 먼저 들어가 정착한 유럽인은 네덜란드인이었다. 도시 이름도 처음엔 뉴암스테르담이었다. 네덜란드 총독 피터 미뉴이트는 원주민들에게 60길더어치의 유리구슬과 낚싯바늘을 주고 맨해튼 섬을 샀다. 60길더는 당시 화폐가치로 24달러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산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강탈했다...
옛사람의 그림 가운데 푸나무나 벌레를 그린 ‘초충도’가 적지 않다. 선비들은 사군자(매화·난초·국화·대)를 많이 그렸다고 하나, 사람이 바라는 것이 어찌 고결한 기품뿐이겠는가. 초충도엔 누구나 갖고 있는 세상살이의 소박한 욕망이 표현돼 있다. 가지·오이·수박을 그린 그림은 자손의 번성을 비는 마음을 담은 ...
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것은 ‘석유’였다고, 미국의 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가 란 책에서 주장한다. 연합국이 1940년 독일에, 미국이 이듬해 일본에 석유금수 조처를 취한 것이 확전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독일은 즉시 북아프리카 석유지대를 확보했으나 옛소련의 바쿠 유전지대를 넘보다 전쟁에서 졌다. 일...
“착하고, 내 말을 무척 빨리 따라하는 것으로 보아 머리가 아주 좋은 종족인 것 같다.” 크리스토퍼 콜롬버스(1451~1506)는 1492년에 만난 아메리카 원주민의 첫인상을 에 이렇게 썼다. 미주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는 바람에 ‘인디오’라고 부른 이 ‘선한 야만인’들에게 말을 가르쳐 노예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