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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동물 n번방’ 고작 벌금 300만원 기억해? 올해를 달군 동물뉴스

등록 2021-12-30 11:58수정 2021-12-30 12:30

[애니멀피플] 2021 올해 최고의 동물뉴스
지난 10월3일 강원도 화천군 곰 사육농장에서 U1이 먹이를 먹고 훈련을 받고 있다. 화천 농장의 13마리 곰들은 동물단체가 구조해 내년 건립 예정인 생크추어리 입주가 정해졌다.
지난 10월3일 강원도 화천군 곰 사육농장에서 U1이 먹이를 먹고 훈련을 받고 있다. 화천 농장의 13마리 곰들은 동물단체가 구조해 내년 건립 예정인 생크추어리 입주가 정해졌다.

2년째 이어진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회 전반이 움츠러들었던 2021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연초 경남 한 기도원에서 새끼 고양이가 확진되며 반려동물의 코로나 피해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대체로 반려동물은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반려인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의외의 소득을 얻기도 했다.

반면, 일부 사설 동물원과 사육농장의 동물들은 안녕치 못했다.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며 경제난을 겪은 대구의 체험동물원은 동물들을 방치해 굶기기도 했고 사육곰들은 수 차례 철창 탈출을 감행했다. 여전히 많은 개들이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되고 불법 도살장에서 죽어가는 모습이 폭로됐지만, 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에 개 식용 문제 해결 논의가 본격화 됐다.

다사다난 했던 2021년 한 해 비인간 동물 기자로서 현장을 ‘댕기며’ 소식 낚기에 바빴던 애피레터 ‘댕기자’와 댕기자의 우문에 늘 고퀄의 답변을 내놓는 애피랩 ‘조선배’가 놓치면 안되는 올해 최고의 동물뉴스를 꼽았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

댕기자 Pick!

◎ 올해의 동물친구: 철창 속 반달가슴곰

사육곰 선배님들, 올해 참 다사다난했지 말입니돠. 울산, 용인에 계시던 분들이 5월, 7월, 11월에 연이어 사육농장 철창에서 나오셨다가 비극을 맞기도 했지만 드디어 정부와 단체의 곰 생크추어리 건립이 발표되었습죠. 비록 전국 369마리의 곰 선배님들이 아직 추운 철창 속에 계시지만 곧 찾아올 ‘봄날’을 기대해 봅니당.

진돗개는 개농장, 개도살장 그리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견종이다. 카라 제공
진돗개는 개농장, 개도살장 그리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견종이다. 카라 제공

◎ 올해의 사건: 개식용 금지 논의 본격화

‘이제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토리 아부지 문 대통령)라는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 올해도 일부 견공들의 신세는 처참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진돗개는 식용 개 농장에서 구조되고, 불법도살장에선 많은 개들이 전기봉에 희생되었습죠. 정부는 부디 약속처럼 내년 4월엔 모든 댕댕이들이 반려견으로 살아갈 방안을 마련해주시길 빕니닷.

◎ 올해의 사과: 세상 떠난 화순이·루오…고래들아, 미안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난히 수족관 고래들의 부고가 이어진 한 해였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벨루가 ‘루오’가 세상을 떠난데 이어, 제주 마린파크에서는 낙원이와 화순이가 잇따라 사망했습니다. 이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라’, 퍼시픽리솜 ‘비봉이’ 등의 방류 결정이 이어지며 무엇이 최선인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당. 애초에 야생에 뒀다면 좋았을 고래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진심어린 사과가 아닐까 합니돠.

제주 서귀포시 고래체험시설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가 지난 8월13일 폐사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마린파크 야외 수조에서 찍힌 화순이의 모습.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 서귀포시 고래체험시설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가 지난 8월13일 폐사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마린파크 야외 수조에서 찍힌 화순이의 모습.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 올해의 비극: 남양주 개물림 사고,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난 5월 산책 중이던 50대 어머님이 목줄이 없는 개에게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벌였습니닷. 사건 초반 들개로 알려졌던 이 개는 사실, 인근 개농장주의 개로 밝혀졌습죠. 충격적인 인명피해를 낸 사고견을 즉시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만, 카라 등 동물단체는 문제의 본질은 안락사 여부가 아니라는 지적을 내놨습니당. 왜 그 개들은 사람을 공격했는지, 유기견과 개농장은 어떻게 사고견이 됐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된 비극적 사건 잊어선 안되겠습니돠.

◎ 올해의 분노: 고양이 학대한 ‘고어전문방’ 솜방망이 처벌

댕기자를 가장 분노케 한 뉴스 단연 고어전문방 학대사건입니닷. 지난 1월 참가자 40여명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모여 재미로 동네고양이, 새, 토끼 등을 살해할 모의를 하고 실제로 동물을 해친 사진, 동영상 등을 공유했습죠. 엄연한 동물보호법 위반입니다. 이들의 엄벌을 탄원하는 청와대 청원 참가자가 20만명이 넘었지만, 지난 11월 핵심 피의자 둘에게 내려진 형벌은 결국 벌금 100만~300만원이었습죠.

법무부가 지난 7월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신설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부가 지난 7월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신설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 올해의 기쁨: 동물은 더이상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원래 물건이 아닌데 무슨 소리냐굽쇼. 우리나라 법을 말씀드린 것이었슴다. 현재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소유주의 재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돠. 헌데 법무부에서 지난 7월 개정을 예고했습니닷. 반려가구가 늘어나며 동물이 가족으로 여겨지고,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배상이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습죠. 동물이 제3의 지위를 갖게 되면 뭐가 달라지냐고요? 댕기자가 이미 물어봤습죠!

조선배 Pick!

◎ 올해의 위기: 기후위기 직격타 맞는 야생동물들

급격한 기후위기는 자연과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생태에도 변화를 미치고 있어. 앨버트로스는 수명이 50~60년에 이르는데 일생을 한 마리의 짝과 번식을 하거든. 근데 최근에 평상시엔 1%였던 이혼율이 8%까지 높아졌다는 조사가 발표됐어. 이유는 번식 실패였대. 먹이가 부족해진 수컷이 멀리 나갔다가 번식지로 돌아오지 못한다던가 암컷이 스트레스가 높아지기 때문이란 거지.

남반구 대양에 사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가 번식기를 맞아 구애 행동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 새의 가장 충직한 일부일처제를 흔든다. 프란세스코 벤투라 제공.
남반구 대양에 사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가 번식기를 맞아 구애 행동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 새의 가장 충직한 일부일처제를 흔든다. 프란세스코 벤투라 제공.

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져 먹이를 구하기 힘든 북극곰 이야기는 잘 알지? 그래도 물범을 잡기 위해 에너지를 쓸 것인지, 기러기알 200개로 대체할 것인지 생존 딜레마에 놓인 북극곰 이야기는 들을수록 서글프다구!

◎ 올해의 발견: 고객 관리하는 놀래기, 패션왕 침팬지

왜 새, 물고기는 어리석을 거란 통념이 있잖아. 올해 발표된 몇몇 연구는 그런 생각을 통쾌하게 부숴줬지. 유황앵무야 워낙 영리한 새로 유명하지만, 지난 7월 호주 시드니에선 이 앵무들이 쓰레기통 여는 법을 서로 공유하고 배운다는 사실이 드러났어. 대형쓰레기 통을 열고 뒤지는 건 꽤나 복잡하고 어려운데 이걸 다른 지역에 사는 앵무들이 모방하고 있는 모습이 밝져진 거야.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는 ‘거울 테스트’에 통과한 청소놀래기는 공생관계인 물고기들의 얼굴을 100마리 이상 구별하며 ‘평판’ 관리까지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

지푸라기를 한쪽 귀에 꽂고 다니는 야생 침팬지 줄리. 동물의 문화는 영장류뿐 아니라 새, 물고기, 곤충까지 널리 퍼져 있다. 에드윈 반 뤼웬 제공.
지푸라기를 한쪽 귀에 꽂고 다니는 야생 침팬지 줄리. 동물의 문화는 영장류뿐 아니라 새, 물고기, 곤충까지 널리 퍼져 있다. 에드윈 반 뤼웬 제공.

패션도 인간동물만의 전유물이 아니야. 잠비아 야생동물구역에 사는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지푸라기를 귀에 꼽는 유행이 번졌는데, 이건 순전히 생존과는 무관한 행동이거든. 사실 동물행동연구가 쌓이면 쌓일수록 새, 물고기, 곤충도 자신들의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는 증거는 속속들이 나오고 있어.

상대를 겨냥해 진흙 덩이를 강한 물살을 이용해 발사하는 시드니문어. 주로 암컷이 괴롭히는 수컷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많이 했다. 피터 갓프리-스미스 교수 영상 갈무리.
상대를 겨냥해 진흙 덩이를 강한 물살을 이용해 발사하는 시드니문어. 주로 암컷이 괴롭히는 수컷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많이 했다. 피터 갓프리-스미스 교수 영상 갈무리.

◎ 올해의 동물복지: 지각있는 문어, 학대도 금지한다

올 한해도 국외에선 동물복지를 위한 움직임이 꾸준했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문어가 지각있는 동물이란 사실도 점차 분명해지고 있단 거야. 문어의 놀라운 지능을 입증한 재밌는 사례! 바로 자신을 괴롭히는 수컷을 향해서 암컷이 진흙 덩이를 겨냥해서 던지는 모습이 포착된 건데, 10번 던지면 5번은 맞췄다는 거 아냐. 영국에선 지난 11월 고통을 느끼는 문어, 오징어 등을 산 채로 삶지 못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기로 했어.

유럽위원회가 2023년까지 닭, 토끼, 거위 등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럽위원회가 2023년까지 닭, 토끼, 거위 등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도 수족관 고래들 복지로 말이 많잖아. 프랑스는 2년 안에 이런 야생동물 쇼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어. 물론 투우나 푸아그라까지 금지하진 못했지만, 서커스에 동원되는 호랑이나 돌고래들에겐 희소식이야. 게다가 2024년 1월부턴 펫숍에서 어린 동물을 못하게 하겠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유럽연합도 2023년까지 토끼, 어린 암탉, 메추라기, 오리, 거위를 케이지에서 키우는 걸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니 기대해 봐야겠어.

김지숙 조홍섭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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