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아/〈덕성여대신문〉 편집장
중간고사는 끝났다. 2학기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어느덧 낙엽은 지고 가을바람에서는 겨울 냄새가 풍긴다. 그리고 지금, 다음해 2월에 졸업할 예비졸업생들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거나 혹은 취업성공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안소진(덕성여대 중문 03)씨는 지난 9월 ㄷ항공사 스튜어디스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처음 지원한 곳에 단번에 합격한 것이다. 내년 1월 입사에 들떠 있는 안씨는 “어릴 적 꿈을 이루게 되어 너무 좋다”며 “게다가 취업난 속에서 졸업 전에 취업한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ㅅ기업과 대기업 ㅅ에 합격한 박선정(덕성여대 식품영양 03)씨는 겹경사에 요즘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대기업 입사를 결정한 박씨는 “동기들과 연수 가고 회사 생활할 생각을 하니 너무 떨린다”고 사회초년생활에 대한 설렘을 내보였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 아직 취업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친구들이 축하해주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주지만 다들 극도로 예민하다”며 “교수님도 친구들이 동요할 수 있으니 합격 소식을 섣불리 알리지 말라고 하실 정도다”라고 4학년 강의실 분위기를 전했다. 안씨도 “과 특성상 친구들이 어학연수를 많이 가서 합격소식을 알리는 데 큰 고민은 없었지만,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는 말하기 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속속 들려오는 친구들의 합격 소식에 마음은 복잡하고 취업준비만 해야 할 것 같아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미취업 예비졸업생들. ㅂ(ㄷ대 경영 03)씨는 “한창 원서 내고 면접 보는 시기에 학교 공부가 취업과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며 “취업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양쪽 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기 막바지에 기업 자격조건을 맞추기 위해 봉사활동하러 다니는 친구도 있다”며 아무리 준비해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는 것이 취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ㅂ씨는 올해 안에 취업이 안 되면 어학연수를 갈 계획이다. 어느 것 하나 보장할 수 없는 취업난에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서다.
ㄱ(단국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 01)씨도 내년 상반기까지 취업이 안 되면 유학을 갈 생각이다. ㄱ씨는 “유학을 통해 공부하고 싶던 것을 배우면서 취업 준비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답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막막함.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사이에는 경계심과 경쟁심이 팽배해 있다. 정보 공유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쟤가 노력한 거에 비해 취업 잘됐다’는 식의 질투 섞인 말도 오간다. 취업정보를 함께 물색하거나 공유하려 하지 않으니 정보가 차단되고, 어디 지원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삭막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은 그 어떤 말도 섣불리 할 수 없다. 이처럼 지금 미취업 예비졸업생들은 건드리면 터질 듯 예민해져 있다.
누군가 말했던가.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자 수가 ‘100만’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철저한 준비에도 가슴이 먹먹한 미취업 예비졸업생들. 이 씁쓸한 현실에 취직이라는 기쁜 일을 친구들이 알까 쉬쉬 하며 말없이 지내야 하는 취업 예비졸업생들. 지금 이들은, 우리는,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배현아/〈덕성여대신문〉 편집장
배현아/〈덕성여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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