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3인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왼쪽 사진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변호사,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정민용 변호사.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지분율과 다른 배당, 그 이유는?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문은 공영 개발로 진행된 이 사업에서 민간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냐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이 ‘대박’을 거둘 수 있었던 ‘설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대장동 개발을 위해 회사를 하나 만듭니다.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입니다. 특수목적법인은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일회성 법인을 의미합니다. 이번 경우에는 대장동 개발이 그 특수한 목적이죠. 특수목적법인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특수목적에 해당하는 사업이 부실해졌을 경우 그 위험을 모기업이 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가령 대장동 사업이 망했을 때 그 책임은 성남의뜰만 가지고 피해가 성남도시개발공사나 하나은행 등에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에서는 사업 참가자들이 돈을 어떻게 조달하고 또 어떻게 분배할지를 사업협약, 주주협약 등으로 정합니다. 성남의뜰은 하나의 회사지만, 실제로는 여러 사업주체가 참여하는 셈이니 이들이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성남의뜰에 참여한 사업주체들의 지분율과 이들이 가진 권리의 성격(우선주, 보통주)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총 자본금 50억원인 성남의뜰의 지분 구조는 ①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로 1대 주주 ②금융기관이 43% ③천화동인 1~7호가 6%, 화천대유가 1%-1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간 주주에게 배당한 돈은 5903억원입니다. 이 중 4040억여원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에게 돌아갔습니다. 1830억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갔고, 나머지 32억여원은 금융기관들이 받아갔습니다. 이처럼 지분율과 다른 배당이 이뤄진 이유는 계약을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 6월 작성한 성남의뜰 주주협약을 보면, ①성남도시개발공사(1종 우선주)는 대장동 개발구역 내에 있는 임대주택용지 공급가액을 현금으로 받는 권리를 지닙니다. 2561억원(이후 주주협약 등에서 2761억원으로 증가) 규모의 1공단 공원조성비는 현금으로 배당받는 것이 아니라 총사업비에서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②금융기관(2종 우선주)은 출자한 액면 금액의 연 25%만큼을 현금으로 배당받도록 했습니다. 금융기관이 성남의뜰에 출자한 돈은 총 21억5천만원인데, 매년 이 돈의 25%에 해당하는 5억3750만원을 받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성남의뜰 지분 43%를 가진 금융기관에 지급된 배당금은 32억여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나은행 쪽에서는 금융기관이 이처럼 적은 배당은 받은 이유는 애초 이 사업에 참여한 목적이 이자와 수수료 등을 받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민간 중에 가장 큰 14% 지분을 가진 하나은행 쪽이 이 사업으로 얻은 이익은 수수료와 이자 등을 합쳐 400억원 규모입니다. 1종 우선주와 2종 우선주가 고정 이익을 가져가기로 했기 때문에 ③남은 돈은 이제 모두 보통주의 몫이 됩니다. 그 보통주를 가진 것이 바로 대장동 핵심 멤버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참여한 천화동인입니다. 이들은 사업협약과 주주협약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용지의 열다섯개 블록 중 다섯개 블록에 대한 직접 사용도 하도록 했습니다. 이 역시 사업협약에서 그렇게 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도시개발 사업에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참여합니다. 시행사는 토지 매입, 인허가, 분양, 자금조달 등을 공사의 전 과정을 관할합니다. 대장동 개발에서 시행사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성남의뜰입니다. 하지만 다섯개 블록에 대해서는 화천대유가 성남의뜰에서 수의계약으로 발주 받아 직접 아파트 등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시행사로 변신해 수익을 거둡니다. 이를 통해 화천대유 쪽이 거둘 것으로 예상하는 수익은 4500여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배당 수익 4040억원에 더하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얻는 수익은 최소 8500여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현판 앞으로 공사의 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배당 과정의 의문점들 여기까지가 바로 대장동 수익 배분의 설계입니다. 문제는 이런 설계가 이뤄지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대장동 개발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은 2012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2년 6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과 제1공단 결합 개발을 제시합니다. 대장동을 개발하되 그 개발 이익을 제1공단에 공원조성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결합해서 개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자리에서 민관이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이같은 이 후보의 구상을 실제로 추진한 것은 2013년 9월 설립된 성남도시개발공사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1월26일 대장동 개발사업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투자심의위원회를 엽니다. 투자심의위원회에는 황무성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비롯한 내외부 인사 6명이 참가했습니다. <한겨레>가 입수한 당시 회의록을 보면 애초 수익 배분의 설계는 지금과 같지 않았습니다. 사업 수익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성남도시개발공사 담당자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라고 답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수목적법인을 함께 구성할 민간사업자를 모집하는 공모지침서에는 임대주택용지 공급가액과 제1공단 공원조성비만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몫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공모지침서는 남욱 변호사를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다는 의심을 받는 전략사업팀의 정민용 변호사가 작성합니다. 당시 전략사업팀은 현재 구속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별동대’처럼 활동했습니다. 정 변호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 초안은 2015년 2월11일 오후 늦게 개발사업본부에 전달됐다고 합니다. 정 변호사가 실제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검토를 요청한 것이었죠. 당시 공모지침서를 본 개발사업1팀의 주아무개 지원팀장은 정 변호사의 초안에 문제가 많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한글 파일에서 수정할 대목을 빨간색으로 꼼꼼하게 적어 정 변호사의 전자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빨간 펜 문서’로 불리는 ‘공모지침서 검토안’입니다. 이 검토안에는 공공 기여 성격이 짙은 1공단 공원 조성비(2561억원 규모)를 사업비로 처리한 뒤 남는 수익 중 공사의 몫을 70% 이상 보장하는 컨소시엄에 만점을 주고 그보다 수익 보장이 낮으면 평가 점수를 단계별로 낮추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5년 2월12일 당시 황무성 사장은 정 변호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를 결재합니다. 이어 2015년 2월13일 해당 공모지침서는 외부에 공고됩니다. 공모지침서가 중요한 이유는 사업의 기본적인 골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 내용과 진행 방식, 이번 사업에 참여할 사업자(컨소시엄)들이 제출할 사업계획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모두 포함된 것이죠. 여기에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언급된 수익 배분 구조도 온데간데없고, 일선 부서의 의견이 묵살된 이같은 공모지침서가 어떻게 작성될 수 있었냐입니다. 검찰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_______
■ 7가지 필수조항, 화천대유 밀어주기 위한 것? 검찰이 최근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공소장과 구속영장에 넣은 내용이 있습니다. 김씨가 화천대유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는 동시에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7가지 필수조항을 공모지침서에 포함시켜달라고 유 전 본부장에게 요구를 했고 이를 유 전 본부장이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7가지 필수조항은 △공사의 추가 이익 배분 없음 △건설업체 배제 △컨소시엄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 △개발부지 내 민간사업자 직접 사용 근거 마련 등 입니다. 결국 대장동 사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공모지침서에서부터 민간사업자들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것이죠. 대장동 개발 때에만 이런 의혹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4년 위례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당시 화천대유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은 위례자산관리였는데요. 위례자산관리와 그 관계사에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변호사의 배우자가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초 사건이 하나 벌어집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이 술을 마시던 자리에 유 전 본부장이 찾아가 두 사람을 폭행한 사건입니다. 이 자리에서 유 전 본부장은 ‘위례개발사업을 전문가 입장에서 자문해달라고 했지 누구 몰래 지분을 넣어 이익을 챙기라고 했냐’는 취지의 말을 하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위례 때도 유 전 본부장은 정 회계사 등에게 사업 설계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공모지침서 공고 이후에도 의심스러운 일은 이어집니다. 사실 공모지침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제1공단 공원조성 비용(성남도시개발공사의 1차 이익 배분)을 사업비로 처리하고 임대주택용지를 제공(2차 이익 배분)받는다는 내용은 나와 있지만 그 이외의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사업자들의 질의를 회신해주는 큐앤에이(Q&A)를 2015년 2월28일 공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공사가 추가 이익을 거두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힙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최근 이같은 질의회신을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만 알았던 것으로 의심된다는 자체 조사보고서(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방안)를 내기도 했습니다. 질의회신 이후 3개의 컨소시엄이 응모했고 2015년 3월27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합니다. 이후 화천대유 쪽은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 초안’을 만들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달했고, 개발사업1팀의 한아무개씨는 같은해 5월27일 오전 10시34분께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라는 제목의 문서를 만들어 팀장에게 결재를 올렸습니다. 검토 문서에는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이 택지 분양가 평당 1400만원을 예상했으며, 실제 분양가가 14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이익을 성남의뜰 지분대로 나누는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실제 성남의뜰이 시공사에 판매한 택지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씨는 불과 7시간여 지난 같은 날 오후 5시50분께 해당 조항을 없앤 사업협약서 검토 공문을 다시 만들어 개발사업1팀장을 거쳐 전략사업팀에 보냈습니다. 이것이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논란이 된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사건’입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쪽은 “원래 있던 초과이익환수 조항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의 의견이 공사 간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_______
■ ‘수익 비율로 나눴더니 공사비 부풀려’…이 후보 해명의 의문점 이후 사업협약과 주주협약이 잇따라 체결됐으며 결국 화천대유는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가 가져온 것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었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 실제 배당이 이뤄지면서 공영 개발에서 거둔 민간 쪽 이익이 너무 크다는 의심이 불거졌고, 심지어 지난해부터는 막대한 이익금을 두고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및 남욱 변호사 사이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김씨는 이 사업에 2014년 이후 참여한 ‘신사업자’이고,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각각 2008년과 2009년 대장동 민간 개발 추진 당시부터 일했던 ‘구사업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회계사는 김씨 등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고 검찰에 제보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김씨와 남 변호사는 구속이 됐고, 정 회계사 역시 구속 가능성이 큽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화천대유 등이 거둔 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법적 조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대박이라기 보다 비극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번 사건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화천대유 쪽에 막대한 이익을 주는 설계가 어디에서 비롯됐느냐, 그리고 그런 설계 과정에서 화천대유 쪽과 유동규 전 본부장, 더 나아가 이재명 후보와의 유착이 있었느냐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 쪽은 앞선 위례개발에서 수익을 비율대로 나눴더니 민간사업자 쪽이 비용을 부풀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큰 이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대장동 개발에서는 고정이익 확보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구체적인 과정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이 후보의 말에는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습니다. 위례개발이 시작된 것은 2013년이지만 배당이 이뤄진 것은 2017년 3월입니다. 그리고 대장동 개발에서 고정이익 확보 방침이 정해진 것은 2015년 2월입니다. 이 후보가 위례개발 배당이 이뤄지기 전인 2015년 2월에 공사비 부풀리기로 공사 쪽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어떻게 알았는지가 의문인 셈이죠. 이런 이유 등으로 반대쪽에서는 이재명 지사 쪽과 화천대유 쪽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언론의 취재와 검찰 수사, 이후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의 실체를 확인할 단서들이 나오길 기대할 뿐입니다. <한겨레> 역시 그 과정에서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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