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입직한 지 어언 28년이 다 되어 가지만 잊지 못할 가장 큰 슬픔은 두 여학생의 자살이었다. 그중 하나는 재직한 학교에서의 일이었다. 평소 밝게 웃는 편이었지만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해 생을 마감했다. 또 다른 하나는 이웃 여중생의 죽음이었다. ‘공부만 강요하는 학교가 싫다’며 내세를 택한 경우였다. 우리...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너는 나한테 왜 그랬냐?” “말이 다르잖아요?” “너도 다르잖아.” 한 알바 구인 앱 광고에서 나오는 아르바이트생과 사장님의 대화이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 계약을 체결해서 생기는 분쟁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임금체불이나 부당...
축구교실에서 자기가 제일 잘한다며 우쭐해 있는 아홉살 아들이 요즘 경기 날을 애타게 기다려 물었다. 그랬더니 새로운 친구가 들어왔는데, 축구를 아주 잘해 자신과 단짝이 되었단다. “그 친구가 평소 아빠랑 축구 연습을 많이 했나 보네”라고 무심코 말했더니 아들이 대답한다. “엄마가 축구 선수일 수도 있지.” 성별...
환태평양조산대에 걸쳐 있는 이른바 ‘불의 고리’에 해당하는 일본, 에콰도르 등 여러 나라들에서 지진 공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상청 지진통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진도 2.0 이상의 지진은 20건이었다. 2010년 5회에 불과했던 규모 3.0 이상 지진도 2013년에는 ...
4월은 한 해 상반기 중 기념일이 가장 많다. 20대 총선은 에너지의 활동이 왕성한 4월을 더욱 부추긴 반면, 우리가 좀 더 깊게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 22일은 지구의 날, 25일은 법의 날이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면, 4월을 포함한 5월은 공동체의 달이다. 우리가 살면서 ...
<한겨레> 4월29일치 특별 기고 ‘말일파초회 고간찰 연구 18년’에서 유홍준님은 한글 전용을 할수록 한자 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경험이고 생각이라면서 한자를 알면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의 의미와 유래를 명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주장하는지는 명확지 않으...
초등학교에는 정규수업 외에 여러 특기과목을 배울 수 있는 방과후 수업이 있다. 학교마다 개설된 방과후 과목은 적게는 20여개, 많게는 40개이며, 전체 강사만 해도 13만명에 달한다. 방과후 수업은 ‘학생들의 특기적성과 돌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공교육의 일환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과후 운영 정책은 애초 취지...
외주 프로덕션에서의 일이다. 원고료 지급일을 자주 어기기에 따졌더니 돌아온 대답. “작가가 왜 이렇게 돈돈 거려요?” 노동의 대가를 약속한 때에 달라는 것조차 과한 요구일까? 경험상 이런 제작사가 적지 않다. 경력자도 이럴진대 이제 입문하는 신참 방송작가들의 세계는 어떨까.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채용공고....
갑옷처럼 단단한 나무껍질을 뚫고 돋아난 여린 새순과 화사한 봄꽃이 어우러진 봉의산은 아름답다. 그 봉의산 자락에는 봄 햇살에 탈색된 흰색의 강원도청 건물이 중세 유럽의 성처럼 웅장하게 서 있고 도청 맞은편 도로 한쪽 구석에는 검게 그을린 50대 남성들이 열흘 넘게 쭈그리고 앉아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말쑥...
오는 29일은 윤봉길 의사 의거 제84주년이 되는 날이다. 잘 알다시피 윤 의사는 임시정부 국무회의의 승인을 받고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천장절(일왕 생일) 및 전승(일본의 상하이 점령) 기념식장’을 기습 공격해 일제 침략군의 수괴를 섬멸했다. 이처럼 윤 의사의 상하이 의거는 국가의 승...
한국 축구와 그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 바로 ‘열심히’다.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들의 인터뷰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 단어는 선수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차원적인 노력과 최선에 대한 의지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열심히’를 통해 한국 사회가 고속성장을 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4월22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심의하면서 올해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 부착될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배치하지 못하도록 결정하였다. 담뱃갑 경고그림의 위치를 담배회사가 자율적으로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경고그림을 도입한 101개국 중 71개국은 이를 상단에 배치하고...
지난 2월, 한 젊은 편집자가 세상을 떠났다. 근무 중에 사고사를 당한 것이다. 편집자라는 직업 특성상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편집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다니. 이렇게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는데도, 어쩐 일인지 출판 동네는 조용하다. 그는 참으로 책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일을 아주 잘하고 좋아하는, 그...
원전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 후속조치에만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보강하였다. 원전의 안전성은 첫째 원전 연료의 핵적 특성에 기반한 노심의 고유 안전성. 둘째, 다중성과 다양성 등이 고려된 안전설비의 설계와 고품질 시공. 셋째, 원전 운영에 관련...
<한겨레>의 기획연재 ‘학생부의 배신’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제도적인 불합리성과 학교 구성원들에게 부과되는 피로감에 대해 고민하는 인문계 고교의 교사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대안에 대한 논의에서는 학종이 가진 긍정적인 부분까지 놓칠 수는 없으니, 제도를 개선하고 삼각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