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졌는지가 중요하죠. 저는 그걸 몰라서 답답합니다.” 대국이 끝난 뒤 이세돌 9단은 인터뷰를 통해 그 심정을 드러냈다. 그 답답함은 바둑이 단순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승리와 패배를 나누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바둑은 대국이 끝난 뒤 행해지는 ‘복기’를 통해 서로 ...
“본 것이 적은 자는, 해오라기를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를 기준으로 학을 위태롭다고 여기니 그 사물 자체는 본디 괴이할 것이 없는데 자기 혼자 화를 내고 한 가지 일이라도 자기 생각과 같지 않으면 만물을 모조리 모함하려 든다.”(연암 박지원, <능양시집서>, 1772년경) 18세기에도 2016년 4월16일 ...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416교과서)로 세월호 수업을 하는 교사 선언에 참여했다. 학교를 밝혀서인지 교육부의 대응은 빨랐다. 131명을 침몰하는 배에서 구하려는 듯! 총선 이후 이틀 연휴에도 학교에서 연이어 연락이 왔다. 416교과서로 수업을 할 건지 물었다. 나는 이미 다 했노라고 말했다. 3월 말~4월 첫 ...
거리가 시끄럽다. 총선이 다가오는 까닭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지역구에는 5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그중 당선이 어려워 보이는 후보, 당선이 불가능해 보이는 후보, 애당초 당선이 목적이 아니었던 듯한 여당 출신 무소속 후보의 선거유세는 언제나 진한 안타까움을 흩뿌리며 지나간다. 이번 총선 소식을 들을 때...
최근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이를 문제제기하기보다는 그저 참아 넘겨 버린다고 한다. 드러나는 숫자의 네 배 가까운 피해는 아무도 모르게 묻힌다는 뜻이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내 성희롱의 경우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
서울 살 때 한번은 사무실 동료가 물었다. “솔희씨는 몇십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글쎄요, 기억되고 싶지 않은데요.”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기록을 남긴다. 어린 시절 일기장이나 사진들, 싸이월드나 블로그,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갖 종류의 ...
잘못을 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심으로 사죄하고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 또 하나는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잘못을 한 사람이 사죄하지도 않고, 자리를 떠나지도 않고, 임무에 충실하지도 않...
나는 전직 교사이고 아이를 초등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늦깎이 부모다. 20년 전 내가 담임했던 졸업생들을 만나는 자리가 최근에 있었다. 풋풋했던 소년들은 30대 중반의 건실한 가장이 되어 있었다. 지난 추억의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한 가지 일화가 화제가 됐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 12개 학급 중 내가 담임한 반...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기고 ‘사시존치론 대안을 제시한다’(3월29일치)에 반론한다.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 1만5천명의 신원을 추적한 역사학자 한영우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관에서 문과 급제자가 배출되어 과거는 개방적인 신분이동에 크게 기여한 제도였다고 한다. 세도정치 시기 조선의 슈퍼갑이...
“우리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가방을 열어놓고 나가라며 수련회 조교가 한 말이다. 소지품 검사였다. “속옷도 있는데, 어떡해?” “원카드도 안 된대?” 좀 전까지 일장 연설 앞에 ‘앞으로 나란히’ 줄 서 있던, 조금이라도 떠들면 윽박지름을 당하던 우리는 걱정과 불만을 제대로 꺼내놓지 못하고 소곤거리며 강당 밖으로...
일본은 독도를 몰래 시마네현 영토로 불법 편입하고 100년이 지난 2005년 2월22일, 이날을 다케시마의 날로 제정해 매년 행사를 하고 있다. 그 뒤 행정 각료까지 참석시키며 행사를 점점 더 확대하고 있고, 초·중·고 교과서, 외교청서, 국방백서 등에서도 일본 고유영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일본...
그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그의 영혼에는 흉터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겪었던 아픔을 겪고 있고 또 겪어야 할 많은 청년에게,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린 진심 어린 위안과 용기를 주며 치유해 줄 수 있는 기억의 회로만은 남아 있습니다. 그는 치우치는 법이 없습니다. 언제나 중심을 잡고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