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말기에 들어서면서 조선 땅에도 미군 잠수함과 항공기가 종종 나타나곤 했다. 1944년 6월부터 일본 본토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시작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도쿄에 첫 공습이 이뤄진 터였다. 해안 지역에서는 어민들이 미군과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있었던 듯한데, ‘미군이 생선값으로 미국 지폐를 주며 가까운 시일...
21일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은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구에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역량’을 중시하지만 이를 기르는 건 인성이 아니라 시민성(citizenship) 교육을 통해서다. 지난달 22일 오스트리아 교육부가 발표한 ‘시민성 교육에 관...
전통적으로 혼인은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가문 대 가문의 결합이었다. 그래서 혼례의 모든 절차는 혼주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또 남녀 관계를 상하질서로 보고 이를 자연의 법칙이라고 믿었다. 신랑이 첫날밤을 지낸 뒤에야 장인·장모에게 인사했던 혼례 절차가 이를 상징한다고 한다. 혼인의 목적은 많은 자녀를 생산...
핀란드에서는 교통법규 위반으로 수천만~1억원대의 벌금을 무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2001년 노키아 임원이 취미인 오토바이를 즐기다가 과속으로 11만6000유로(약 1억4000만원)를 부과받아 화제가 됐다. 속도 위반으로 8만유로, 신호 위반으로 2만6000유로를 낸 기업인들도 있다. 이는 ‘일수(日數) 벌금’ 제도 때...
표현의 자유는 말 또는 글과 관련된 자유다. 행동의 자유까지 당연히 포함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표현은 행동과 불가분으로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전쟁에 반대하는 뜻으로 입영통지서를 찢어버린 청년이 있다. 이런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가 부정돼야 할까? 표현의 자유에 관대하기로 소문난 미국 연방대법원도 ...
닉슨 미국 대통령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콕스 특별검사는 눈엣가시였을 터. 수사망이 좁혀오자 닉슨은 1973년 10월20일 주말을 틈타 법무부 장관에게 특검 해임을 명령한다. 하지만 리처드슨 장관은 부당한 명령이라며 사표를 던진다. 이어 같은 명령을 받은 러컬즈하우스 부장관도 물러난다. 그다음 서열은 ...
세상이 한없이 궁금하고 또한 한없이 두려웠던 대학 1학년, 1987년, 기침과 두근거림으로 가슴이 희뿌옇던 그해 거리와 함성들, 6월, 피고 진 꽃들과 습기 가득했던 대기. ‘민주화운동의 승리’라고 기록된 그 시간은 저 추상적 단어가 다 품지 못하는 고뇌와 방황, 공포와 분노, 연민과 사랑으로 점철된 숱한 개인들의 ...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로마의 막시밀리아누스다. 서기 295년, 현재의 북아프리카인 로마 속주 누미디아에서 그는 기독교적 신념을 이유로 징집 명령을 거부했다. 그는 21살의 나이로 처형됐고 이후 가톨릭 성인으로 추존됐다. 현대적 의미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혁...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에 중의성을 부여한다. 사실과 논리의 힘이 폭력을 이길 수 있다는 본래 의미와 함께, 어떤 표현 행위는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비수보다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경고를 품는 말이 됐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조롱하는 펜이 선량한 무슬림들의 심장에 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