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참 못합니다. 결혼 뒤 아내와 많이도 다퉜죠. 일을 하건 쉬건 공간은 편해야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아내는 어질러 놓은 공간이 편치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평행선처럼 대거리가 이어질밖에요. 평행하는 두 직선은 결코 만나지 못한다죠. 하지만 비유클리드기하학에선 만납니다. 지구 위 경도가 양극에선 접점을 ...
국수 쿠폰이라도 만들어 붙이려 했습니다. 한겨레신문사 옥상 공원에 좌판 깔아 육수 내고 국수 삶아 독자님들 초대라도 해볼까 했습니다. 거기에 전이라도 지글지글 부치고 막걸리 한 사발씩 부딪혀 볼까 생각했습니다. 잔치는 음식을 나누는 일인데, 국수라도 한 젓가락 함께해야 잔치맛 나지 않을까요. 꿈만 꿨습니다...
아니, 벌써? 시간은 훅훅 지납니다. ‘잔인한 달’ 4월이 중반을 넘어서려 합니다. 정말 이 땅이 황무지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상념마저 듭니다. 화살처럼 흐르는 시간이 얄밉게 위로합니다. 〈esc〉 199호를 찍었습니다. 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어 악취를 풍기며...
돈 때문에 이혼했다는 남녀가 10년 새 80% 가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돈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그깟 이혼이 대수랴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돈 없어 죽고, 돈 더 가지려 죽이는 세상이 문득 낯설게 느껴집니다. 생명 따위 업신여기는 돈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돈 없는 세상은 없...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책을 통 안 읽게 됐습니다. 스마트폰 탓입니다. 예전 정부과천청사를 출입할 땐 왕복 4시간 출퇴근길에 읽은 소설이 한달 평균 10권은 넘었는데, 이젠 스마트폰으로 이메일과 뉴스 확인하고 트위터 찾아보고 연재만화 챙겨 보다 보면 1시간 출근길은 뚝딱입니다. ‘오늘은 꼭 10~20분에 끝내고 책을 ...
2008년 12월 <한겨레> ‘뉴스쏙’ 커버스토리에 ‘종말론자들이 단양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2012년을 지구 최후의 해로 보는 새로운 종말론을 들여다보는 내용이었습니다. 고대 마야력, 노스트라다무스, 파푸아뉴기니의 후리족 전설, 주역, 행성 엑스(X), 초강력 태양폭풍, 슈퍼화산, 지구...
봄 도다리 손맛 보러 진해에 다녀왔습니다. 애초 가려던 목포는 운때가 안 맞았네요. 진해도 물때가 그리 좋진 않았지만 깻잎과 콩잎 도다리로 ‘꽝조사’는 면했습니다. 이병학 기자는 단행본 크기만한 도다리를 낚아 올렸습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남해바다, 잔잔히 흐르는 물결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선장님이...
192호 〈esc〉가 배달되는 날 저는 남쪽으로 차를 몰고 있을 겁니다. ‘결결이 일어나는 파도/ 파도 소리만 들리는 여기/ 귀로 듣다 못해 앞가슴 열어젖히고/ 부딪혀 보는 바다’(이은상)가 행선지입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입니다. 음악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시인 유치환·김춘수·김상옥, 화가 김형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