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가 새 책을 냈습니다. 2015년 방한 때 만난 한 교수는 지식인들의 탈정치화를 염려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신간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에서 그는 ‘타자’를 잊고 사는 문제를 철학적으로 분석합니다.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데, 과연 무엇에 저항한단 말인가? 질문을 던...
기사는 아이스크림과 같습니다. 계속 만지작거리면 녹고 맙니다. 나중에 썼다가는 중요한 문제가 뒤로 밀려나 눈길을 받지 못하는 수가 많습니다. 신간을 놓고 회의하는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이 책이 중요하다 하고, 누군가는 저 책이 더 중요하다 목소리를 높입니다. 다음주에 쓰자며 미뤄두는 책들도 ...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감독)를 망설이다 보았습니다. 심장이 좋지 않은 다니엘은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데 쉽지 않죠. 정부 지원은 아주 제한적이니까요. 복잡하고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밟다 자존심이 상한 블레이크는 선별복지 시스템...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유통 구조 개선 등을 뼈대로 하는 ‘출판 진흥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출판계에서는 완전도서정가제 실시와 전근대적 출판유통 관행 개선에 대한 정부의 뜻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체부는 16일 출판산업의 지속적 성장 기반 마련, 유통체계 구축 ...
벌레입니다. 먼지다듬이인지 좀벌레인지 한두마리가 아닙니다. 책갈피 사이에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녀석들을 팍 때려 잡으려다가 <벌레의 마음>이나 내 마음이나 뭐가 다르겠나, 하는 생각에 그냥 놔둡니다. 위생이 발달한 곳에 알레르기가 많다는 ‘위생의 역설’도 있지 않습니까. 너무 깨끗한 것도 좋지 않다죠. ...
설 때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오래전 발인 날, 학교 후배들이 관을 메었습니다. 칼바람이 몰아쳤고 슬펐지만 울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한테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죠. 하관 때 어린 조카가 관 위에다 엽서 한장을 살짝 올려두었던 장면 말고는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그저 한 세대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