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가지는 힘은 강력하다. 무언가 언어로 규정되면, 부유하던 현상들은 그 언어를 중심으로 견고하게 조직된다. 새로운 어휘는 많이 쓰이면 쓰일수록 확대되며 더 많은 현실의 모습들이 그 어휘의 범주로 들어오게 된다. 반대로 현실에서는 그 ‘말’의 현상들이 재생산되기도 한다. 새로운 현상은 언어로 규정되었을 ...
“요즘 많이 바쁘시죠?”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바쁘다”는 말을 “잘나간다”는 뜻으로 착각하는 수가 많다. 그래서 메모장에 빼곡하게 일정을 적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러나 “바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실상은 “왜 이리 무심해?”라는 원망이 ...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중앙에 자리한 것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한국 외교의 쾌거이고 한-중 밀월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중 협력 채널을 가동하겠다는 정책 구상까지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요즘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영화에는 최소한의 인격도 갖추지 못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와 그를 응징하려는 ‘서도철’이라는 형사가 등장합니다.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조태오의 악행에 분이 치...
지난달 13일 검찰은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 일명 ‘정은희 사건’에 대한 상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구고등법원이 당시 외국인 연수생 신분이던 피고인에 대한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디엔에이(DNA)가 피해자의 속옷에서 발견된 디엔에이와 일치함에도,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
<한겨레> 8월24일치 22면 ‘20대 농민이 슬슬 늘어난다’는 제목의 기사에 반론을 편다. 20대 농민이 슬슬 늘어나고 농촌이 탈고령화로 본격 이행한다는 분석은 현실과는 괴리된 논리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청년귀농자를 늘어나게 한 것일 뿐이다. 이 보도를 보면 민간연구소가 최근 펴낸 ‘한국농업 70년’ 보고...
최근 남북 고위 당국자 간의 합의는 결과적으로 아주 잘된 것이다. 우선 군사적인 큰 충돌을 예방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꽉 막혀 있었던 남북관계가 잘 풀려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 간 합의사항을 준수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8·25 남북합의에 대한 냉정한 ...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민생제일주의’를 당의 정체성으로 표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뒤 원내에선 “재벌 개혁”을 주제로 한 공개토론회가 열렸고, 앞선 6월에는 “경제정당위원회”가 출범했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민생제일주의 노선에는 좌우의 이념적 노선에서 벗어...
하늘은 파랗다 못해 하얄 정도로 고운 빛깔을 뽐내고 있고 밖을 걷노라면 바람이 귓가를 간질인다. 이렇듯 밖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지만 한국 학생들의 교실에는 봄조차 오지 않았다. 보충수업, 야간자습에 시달리며 해를 보지 못하고 패놉티콘의 죄수마냥 교실에만 갇혀 지내는 삶은 일상이 돼버렸으며 주말에는 봉사 ...
구미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십니까? 쉬지도 못하고 365일 일했지만 임금은 9년 내내 최저임금인 기업, 조금만 잘못하면 징벌 차원의 빨간 조끼를 입혀 모멸감을 주는 기업, 걸핏하면 물량 감소를 이유로 비정규직을 권고사직으로 내쫓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렇게 노동자들을 쥐어짠 이 자본은 연매출 1조원...
일본의 ‘평화헌법’ 9조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떠올랐다. 한 일본 시민의 제보가 계기가 되었다. 정확하게는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 국민”이 후보가 된 것이다. 비무장과 전쟁포기를 선언한 헌법조항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코스타리카 두 나라다. 일본은 자위대라는 군대를 소유하고 있으나 코스타리카에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