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설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의 흥을 돋우는 데 술이 빠질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명절날 집집마다 쌀에 누룩과 물을 섞은 가양주(家釀酒)를 빚어 귀한 손님들에게 내놓고 차례주로 올렸다. 조선시대에는 술이 양반 사대부 집안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에 꼭 필요한 음식이 되면서 집집...
뉴스 열어 보기가 겁부터 나는 세상이다. 갑질의 횡포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세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황금만능 혹은 물질만능이라는 괴물이, 영혼도 없는 그 괴물이 우리들 사회 속으로 슬그머니 숨어드는가 싶더니 이제는 마치 사람들의 도덕과 양심까지도 눌러 지배하는 세상이 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젠 아예 ...
‘땅콩 회항’으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사건 당사자의 동생은 자신의 부서 직원들에게 보내는 반성문에서 이번 일이 잘못된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직문화는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잘못된 조직문화는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잘못된 조직문화 때...
농협중앙회의 택배 진출 사업성 검토로 촉발된 농협과 택배업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은 택배사업 진출을 통해 농민들의 물류비 부담을 덜고, 농촌지역의 택배비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체국택배가 중단한 토요일 배송도 농협이 재개하겠다고 한다. 택배업계는 지난 1월20일 ‘농협의 택배진출 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인생에 대한 찰리 채플린의 명언은 나에겐 전공인 ‘건축’에 적용됐다. 막연한 동경에 선택하게 된 건축이 전공이 되는 순간부터 나를 괴롭히게 된 것이다. 이상하게도 건축은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졌다. ‘건축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2학년,...
2015년 1월7일, 파리에서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에 대한 논의가 끝날 줄 모른다. <한겨레> 지상에서도 여러 칼럼니스트와 독자가 의견을 밝혔다. 그 가운데는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가 약자를 향한 폭력이라는 주장이 많다. 샤를리 에브도의 과격한 풍자를 꾸짖는 사람들은 상식처럼 보이는 ‘표...
‘산의 나무는 스스로 식량을 자급한다’는 말이 있다. 산의 나무는 누가 거름이나 비료 그리고 물을 정기적으로 주지 않는다. 지금 겨울을 나고 있는 과수원 토양을 들여다보자. 겨울풀 주변으로 복숭아나무 낙엽, 마른 가지, 말라 죽은 풀, 그 아래에는 시커멓고 냄새 좋은 부엽토와 지렁이 분변토가 있다. 그 아래엔 셀...
요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인 20%대 후반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여당보다 더 아래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야당이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민주국가에서 흔히 시행하는 양당제도가...
자유와 평등은 양립불능의 개념이 아니다. 상보적으로 응용되어야 한다. 왜 제대로 되지 않았나? 박애를 소홀히 해서다. 박애가 이루는 휴머니즘은 자유와 평등의 토대이다. 휴머니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은 통일을 이루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금년은 광복 후 70년 되는 해이다. 그동안은 우리가 서구문명 ...
표현의 자유 논쟁이 뜨겁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슬람 선지자인 마호메트(무함마드)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샤를리 에브도> 언론인들이 죽임을 당했다. 한국에서는 진실을 알리겠다는 의도로 전단 뭉치를 풍선에 매달아 이북으로 날려 보내는 이들이 표현의 자유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표...
얼마 전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이념적 지형이 이상하다는 지적을 하며, 자신이 진보적인 학자로 분류되는 것이 기이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 교수들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유학을 다녀온 경제학자들 다수가 보수적이 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수적 경제학자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10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과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숙식 제공을 약속했던 사업장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게 했으며, 불법적인 파견근무가 횡...
굴뚝에서 온 편지를 읽는다. 솟대에 앉은 작은 굴뚝새의 절규가 날카로운 고드름처럼 내 온몸에 박혀 든다. 백척간두, 칼바람 속에서 나목이 된 해고노동자의 굴뚝시위,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보내는 호모 사케르의 뜨거운 메시지다. 그대의 머리와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핏방울 속의 쇳내는 여전히 뜨겁게 용솟음치...